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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기고]격차를 넘어, 포용적 복지국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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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린이날 연휴 때 두 기사에 눈길이 멈췄다. 황금연휴를 맞이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해외여행자 수가 역대 최대라는 것과, 어린이날 당일 30대 부부와 2·4세의 두 자녀가 사망한 채 발견됐는데 7000만원의 빚과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 선택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전반적 국민 삶의 질은 개선되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여전히 힘든 소득 양극화의 단면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마음이 무거웠다.

경향신문

지난해 한국은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고 민간 소비가 2011년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임금 상승률이 5.3%로 높게 나타났고, 상용근로자도 증가세가 유지됐다. 사회보장 측면에서도 정부는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을 통해 소득을 지원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통해 지출을 경감했으며, 보건·복지 일자리를 증가시켜 전체 일자리 증가를 이끌었다.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분위배율이 4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해 소득격차가 완화됐으며, 국민 평균소득은 전년 대비 1.3% 늘었다. 소득이 하위 20% 이하인 1분위 계층의 소득도 하락 폭이 작년 4분기보다 대폭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2.5% 하락해 아쉽다. 저소득층에 대한 공적 지원은 늘었지만, 근로소득 등의 하락을 보완하기엔 부족했다.

지난 16일 대통령께서 주재한 재정전략회의에서는 ‘포용성 강화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방안이 논의됐다. 내년 예산 편성의 큰 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자리에서 여러 국무위원들과 함께 소득 1분위 등 저소득층 지원 방안을 고민했다.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사회안전망을 통한 재분배 강화 의견을 제시했으며, 저소득층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노인, 장애인 등 일하기 어려워 낮은 소득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취약계층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중증장애인 수급자부터 폐지하고, 재산 기준을 낮춰 가난하지만 엄격한 기준으로 지원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을 지원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들의 소득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의 절반에 불과하고, 가족 등으로부터 받는 사적 지원도 월 10만원 미만에 그친다. 소득 하위 10% 중 사적 지원을 받는 가구의 비율은 2006년 82%였으나 2018년에는 37%까지 떨어졌다. 과거에는 가족, 친지 등 ‘사적안전망’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급격한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이제는 ‘사회안전망’을 통한 지원이 꼭 필요하다.

또 신중년(50~64세) 등 일할 능력이 있지만 실업, 휴·폐업으로 소득이 일시 감소한 경우에는 사회서비스, 사회적 경제 일자리 등 신중년 맞춤형 일자리와 노인 일자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일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근로소득공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재정전략회의에서 성장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도 충분하다는 것에 뜻을 같이했다. 또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예산은 소모성 ‘지출’이 아니며, 사회의 구조 개선을 위한 ‘투자’라는 점에도 부처 간 공감이 이뤄졌다. 다각적인 저소득층 지원 대책이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시행돼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 투자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능후 |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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