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67>인근에 위치한 회사가 꼭 경쟁자만은 아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많은 창업자들이 주변에 위치한 유사 업종들을 무조건 경쟁자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인근에 위치한 회사들은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기도 하지만, 함께 상생을 도모할 경우 놀라운 성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뉴욕 타임 스퀘어가 결정적인 증거다.

오늘날 뉴욕의 타임 스퀘어는 수많은 영화관, 공연장, 호텔,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세계적인 명소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전광판 광고료가 가장 비싼 곳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여러 국가에서는 타임 스퀘어를 본떠 지역 명소 이름에 '타임스퀘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이제 타임스퀘어는 지역 명소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뉴욕 타임스퀘어가 관광객이 찾고 싶은 거리는 아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타임스퀘어는 뉴욕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우범지대 중 하나였다. 대낮에도 매춘부, 강도, 소매치기가 몰려있었다. 불법적인 총기 내지 마약이 필요하면 타임스퀘어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뉴욕시 당국은 이런 타임스퀘어를 정화하고자 10여년동안 줄기차게 노력해 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늘날의 타임스퀘어를 만든 것은 지역 상인들이었다. 지역 상인들은 지역의 안전과 위생 상태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상업지구개선(Business Improvement District: BID) 사업을 시작했다. BID는 TCM(Town Centre Management)라고도 불린다. 우리로 따지면 동대문 밀리오레나 용산전자상가 같은 곳을 개선해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해당 지역 상인들이 주도해 설립한 관리단체라 할 수 있다.

처음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BID가 설립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부분은 무임승차자 문제이다. BID는 당연히 해당 지역 상인들이 출자한 금액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상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굳이 돈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옆에 있는 다른 상점 주인들이 출자하여 상권이 활성화되면 자신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데 굳이 BID에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당시 뉴욕 시 법에 따르면 누군가 BID를 조직하기 위해 해당 지역상인들 중 60%의 동의만 받으면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BID에 요금을 내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당시 타임스퀘어는 상인 투표 결과 84%의 찬성을 받아 BID를 설립하여 운영하게 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BID 사업으로 해당 지역의 범죄 건수가 현격히 줄었고, 상권 주변의 위생 상태도 현저히 개선됐다. 지역 상권이 활성화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0여년 이상 뉴욕 시 당국에서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일을 지역 상인들이 이룬 것이다. 이처럼 공유자원의 문제를 집단 지성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이해관계자들의 견실한 참여만 유도해도 쉽게 달성 가능하다.

사실 공유자원의 활용을 개별적인 차원이 아니라 전체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이유는 위의 사례와 같이 수치나 세계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음료수 하나에 빨대를 2개 꼽아 놓고 친구랑 함께 마셔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우리는 음료수 두 개를 시켜 놓고 각각 마셨을 때보다 더 빨리 음료수를 마시게 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상대방이 마시기 전에 조금이라도 내가 더 많이 마시기 위한 시도 속에서 유발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서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마시려고 경쟁하다보면, 아직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음료수를 다 마셔 버려 식사 중 목이 메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런 일상의 사례 역시 공유자원을 개별 경제 주체가 자신의 만족만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용할 경우 오히려 사회 전체의 만족은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지금 주변 경쟁기업과 치열한 경쟁만 신경 쓰고 있는 창업가가 있다면, 그들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요인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기 바란다.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