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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용균 어머니, 문 대통령에 “용균이 동료들 살려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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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하위법령을 제대로 보완해 산업재해를 막아야 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 24일 시민사회단체 ‘생명안전 시민넷’ 홈페이지에 ‘용균이 엄마가 문 대통령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산안법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도대체 하위법령을 누가 이렇게 쓸모없이 만들어놓았는지, 어떻게 산업재해를 막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산안법 하위법령은 구의역 김군, 고 김용균씨의 업무 등을 도급승인 업무 범위에서 제외했다.

김씨는 “오늘도 전국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지에 내몰려 죽거나 다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은 어떤 이유가 되었든 간에 최우선 순위로 정부가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가 지난 24일 올린 글. 생명안전 시민넷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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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최근 과로사로 숨진 우체국 노동자 유족을 만났다고 언급하면서 “국민 누구도 기업의 이윤을 위해 죽어도 될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김씨는 “대통령께서 약속하신 ‘공공부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용균이 동료들을 살려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제게 ‘안전한 작업장, 차별 없는 작업장, 신분이 보장된 작업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셨다”며 “이 말씀이 지금 현실에 대해 어떻게 책임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2월18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면담을 한 바 있다. 아래는 글 전문.



대통령님, 노고가 많으십니다.

용균이 엄마입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하위법령을 누가 이렇게 쓸모없이 만들어놓았는지, 어떻게 산업재해를 막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전국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지에 내몰려 죽거나 다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하위법령을 제대로 보완해서 안전하지 않아서 죽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시급히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생명은 어떤 이유가 되었든 간에 최우선 순위로 정부가 지켜줘야 합니다.

이제는 말만 하는 대통령, 정부, 정치인을 국민들은 믿지 못합니다. 실천해서 확실하게 산업안전이 보장되도록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줘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아직도 국민들의 목숨이 산업발전을 위해서 밑거름이 되어도 당연하다는 듯 하찮게 버려지고 있는데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어떻게 ‘국민들을 존중한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산업현장 90% 이상이 경영자나 관리자가 아닌 노동자들인데 혹시 ‘국민들 속에 노동자들은 들어가 있지 않는 건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있는 것인데 정부와 정치인들은 더이상 국민들을 세 치 혀로 농락하고 기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며칠 전, 우체국에서 일하다 최근 과로사로 죽은 두 사람의 유가족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그곳에서 2010년부터 지금까지 8~9년 사이에 330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으로 기가 막히고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노동강도가 너무 심각해 최근 두 달 사이 5명이 과로사로 죽었고, 앞으로도 적절한 충원 인력이 없다면 또 다른 사람들이 줄지어서 죽음의 행렬로 이어질게 너무도 뻔한 일입니다. 이전에 사고 후 합의한 내용 중, 인원 충원하게끔 되어있는데 아직도 이행되지 않아서 과로사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어떻게 할 겁니까?

공공기관에서 일어난 일이니 정부가 책임져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책임지십시오.

국민 어느 누구도 기업의 이윤을 위해 죽어도 될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여태껏 기업들과 정치권과 정부가 합세해서 그들만 잘 사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고, 우리 서민들은 노동강도가 높아 노동자들이 안전하지 않아서 죽거나 다쳤습니다. 과로사와 자살로 너무나 많은 아까운 사람들이 죽었고 앞으로도 계속 죽어갈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게 와서 말합니다.

“우리나라를 떠날 계획이고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서 살 수 없다”라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내가 스스로 살기 어렵고 앞으로 자식 낳는데도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그 누구라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고 저절로 행동으로 옮기게 될 것입니다. 서민들이 어느 정도 잘 살아야 행복도 보장되고 그래야 아이를 낳아 살고 싶지 않겠습니까? 서민들은 지금 작업현장이 안전하지 않고 장시간 노동에 찌들어서 산업재해로 죽거나 다치고 과로사와 자살로 너무나 많은 인명피해로 사회적 대참사가 일어나고 있는데, 대통령께서 약속하신 ‘공공부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용균이 동료들을 살려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다수 노동자들은 살아가기 힘들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정작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라고 뽑아준 정치인들은 그들 잇속 챙기기에 눈이 멀어 싸움박질이나 하고 있고, 도대체 답답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이렇게 죽어가고 삶이 피폐해진 국민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대통령께서 저희들 사정을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하면 저희 국민들 마음도 대통령께 당연하듯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저에게 약속하셨습니다.

‘안전한 작업장, 차별 없는 작업장, 신분이 보장된 작업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안전과 생명을 공공기관 평가에 제1기준으로 만들겠다’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지금 현실에 대해 어떻게 책임지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국민들도 모두 함께 이 나라의 국민이 된 것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께서 앞장서 주십시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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