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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마음상담소] 공황장애는 연예인 병? 걸리기 쉬운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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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병원 노성원 교수에게 듣는 공황장애
"공황장애 앓고 있다고 밝히는 연예인 덕에 병에 대한 인식 바뀌어"
"공황장애 걸리기 쉬운 직업군 없어…불안에 예민한 사람이 위험성↑"
"죽겠구나 공포심에 빠지는 공황장애…죽지 않는다는 믿음 있어야"


[편집자주] '마음상담소'는 우리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혹은 겪고 있는 마음의 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파이낸셜뉴스

[사진=자료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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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진료를 기피하는 시선은 여전히 만연하다.

하지만 수많은 정신질환 중 환자가 비교적 거부감 없이 내원하는 병이 있으니, 바로 공황장애다.

최근 몇 년간 유명인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히는 사례가 늘면서, 공황장애의 인지도는 증가하고 공포심은 감소했다.

병에 대해 감추지 않는 것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는지 나타나는 사례.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은 "공황장애를 숨기지 않고 치료받으려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줄어든 것 같아 커밍아웃하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고 반색했다.

공황장애의 정확한 증상은 무엇이고, 발병률은 얼마나 될까? 노 교수와 공황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힌 유명인이 많은데?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황장애를 숨기지 않고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공황장애를 앓는 연예인을 보며 '나도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나. 커밍아웃하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전에는 숨기는 환자가 많았나?

▶공황장애도 정신질환이다 보니 쉬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 중에 환자가 없으면 공황장애라는 병을 모를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공황장애는 일반 인구의 1~5%가 겪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알고 보면 드물지 않은 병이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나도 공황장애가 아닐까'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알려진 것에 대한 '명과 암'이겠지만,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막연히 두렵고 불안하다고 해서 공황장애가 아니다. 공황장애는 정확한 진단 기준을 가지고 있는 정신질환이다.

-공황장애의 증상은 무엇인가?

▶신체적 증상과 정신적 증상이 있다. 신체적 증상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곤란이 오는 것. 정신적 증상은 극심한 불안, 내가 이러다 죽겠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증상을 반복·지속적으로 느낄 때 공황장애라고 한다.

-공황이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말을 들어봤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공황은 극심한 불안을 말하기 때문에 병에 가깝다. 하지만 일반적인 불안은 정상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불안감을 느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불안한 상황이라면 불안해야 하는 게 맞다. 문제는 안전한 상황인데도 불안감을 느껴 공황발작이 일어나는 것이다. 공황장애의 치료 목표는 불안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다.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불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공황을 처음 겪는 환자는 심장 문제라고 착각해서 응급실을 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공황장애가 알려지기 전까진 정신과를 바로 찾는 환자가 없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잘 안 쉬어지다 보니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응급실이나 내과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응급실이나 내과에선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공황장애가 많이 알려져서 정신과부터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파이낸셜뉴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



-공황장애의 원인은?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 다만, 취약성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 공황장애는 유전병이 아니지만 가족 중에 앓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4배에서 8배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공황장애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나 직업군이 있을까?

▶연예인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실제로 연예인이라 해서 공황장애에 많이 걸리지 않는다. 공황장애는 보통 신체반응에 예민한 사람들이 많이 걸린다. 예를 들어 조금만 가슴이 두근거려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또 가족 구성원이 심각한 질병을 앓거나 사망하는 것을 목격하면 건강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 생겨서 공황장애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불안감에 대한 이야기인데, 우리가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 사회에 사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위험에 노출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위험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 않을까? 원시시대 때는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도 편히 잘 수 없었듯이 말이다. 현대사회의 불안감을 공황장애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공황장애는 완치될 수 있나?

▶환자의 30% 정도가 완치된다. 다수의 환자는 약을 끊으면 6개월 안에 재발한다. 완치가 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법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단기적으로 먹는 응급약과 장기적으로 먹는 유지치료약으로 나뉜다. 응급약은 효과가 빠른 대신 남용 우려가 있고 금단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유지치료가 주요하다. 보통 1~2년 이상 먹으라고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공황장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이다. 공황발작이 일어난 환자는 본인이 죽을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심에 휩싸인다. 하지만 공황발작으로는 절대 죽지 않는다. 이 사실 믿게 해서 공포심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사례를 소개해달라.

▶30년 동안 공황장애로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지 못하는 환자가 있었다. 고속도로에 가면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려 병원에 올 때도 국도를 타고 오는 환자였다. 이 환자는 오랜 치료를 받고 불안감에 대한 정확한 인식, 즉 고속도로를 타고 죽지 않는 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증상이 나아졌다. 최근엔 30년 만에 처음으로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게 됐다며 소식을 전했다. 의사로서 뿌듯한 순간이었다.

-공황장애 예방법이 있을까?

▶원인이 불분명한 만큼 예방법도 한가지로 결론 내릴 수 없다. 담배나 커피에 포함된 뇌를 자극시키는 물질이 공황장애를 악화시킨다는 말이 있다. 증상이 있으면 병을 키우지 말고 치료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상담소'는 마음의 병에 대한 독자의 사연을 받습니다.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겪은 일을 아래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그중 일부를 선택해 노성원 교수님이 친절하게 답해드립니다.

#마음의병 #정신병 #상담소 #공황장애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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