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의 '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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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기밀인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부적절하게 입수해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 강 의원은 고교 후배인 주미 한국대사관 외교관에게서 3급 기밀 자료를 취득해 큰 의혹이 있는 양 폭로했다. 한국당은 이 과정이 ‘공익제보에 따른 정당한 의정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강 의원 처사는 보수진영조차 ‘국익을 해치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할 만큼 상식과 정도를 벗어났다. 당국의 수사에 앞서 한국당과 강 의원이 먼저 경위를 밝히고 털어 낼 건 깨끗이 털어 내는 게 공당과 공인의 자세다.
한국당은 기밀 유출보다 청와대 감찰에 초점을 맞춰 “굴욕 외교와 국민 기만의 민낯이 들키자 공무원과 야당에 책임을 씌운다”는 입장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 의원의 취지를 왜곡해 청와대가 국익 잣대를 침소봉대한다는 것이다. 강 의원도 ‘국민 알 권리’를 앞세워 “청와대가 감찰로 공직사회를 겁박하고 야당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 기밀 누설을 공익 제보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지인의 제보가 앞인지 강 의원의 요청이 먼저인지도 불확실하다.
국내 정치와 외교를 구분 못하는 한국당 태도의 문제점은 보수 외교통인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잘 지적했다. 그는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강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공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반문맹국으로 만드는 행위로서 공익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며 “한국당이 강 의원의 폭로를 두둔한다면 집권을 꿈꾸는 공당의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같은 당의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이례적으로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맹외교를 중시하는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뜻이다.
이번 사안은 외교부의 기강해이와 정치권의 한탕주의가 맞물린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의 엄중 대응 기류는 이해된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책임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진상규명과 문책은 필요하지만 시끄럽게 오래 끌면 외교적 망신만 더한다. 한국당은 한미동맹의 신뢰를 깨지 않으려면 스스로 잘잘못을 따져 물러설 곳과 버릴 것을 빨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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