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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매경춘추] `완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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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비단 100년 전만 해도 인류를 죽음으로 내몰던 질병들이 이제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박테리아성 감염은 적정량의 항생제로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암이나 당뇨, 치매 같은 질환은 환자와 사회의 큰 짐이며 완치도 요원해 장기간 혹은 평생 약을 복용하며 관리해야 한다.

만약 이런 질환도 단 한 번의 치료로 완치된다면 어떨까.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는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백혈병이나 희귀 유전질환을 한 번의 치료로 완치 혹은 그에 가까운 효과를 내는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를 잇달아 허가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단 한 번의 치료제 투여로 세포 및 유전자 단위에서 질병을 완치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대비할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최대한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새로운 치료제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 여러 번에 걸쳐 치료하는 전통적인 치료제와 달리 단 한 번의 투여로 치료가 끝나는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의 특성은 비용도 한 번에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 건강보험과 의료 체계에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다. FDA는 2025년까지 매년 10개에서 20개의 새로운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가 허가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정된 보험급여 재정 내에서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정부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여러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치료는 한 번에 끝나지만 보험 급여는 수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 그중 하나이며 약속한 치료 효과가 환자에게 실제 발현될 때만 급여를 지급하는 '성과 기반' 지급 방식도 있다. 정부에서 지급할 급여 총액을 미리 정해 재정 지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환자 수에 관계없이 초과되는 비용은 제약사가 부담하는 일명 '넷플릭스' 방식도 있다. 어떠한 방식이든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산업 대표단 일원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다. 그곳에서 유전자 치료제를 포함한 바이오헬스 산업을 중점 육성 분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접하며 탁월한 선견지명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국가가 이 같은 방침을 설정하는 것 자체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결국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바이오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한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대학과 의료 현장 곳곳에는 유전자 및 세포생명학 분야 우수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으며 혁신적인 치료제의 신속한 도입은 이들의 경험과 시야를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급부상하고 있는 세포 및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한국은 앞서갈 수 있는 분명한 '한 방'이 있는 나라다.

[조쉬 베누고팔 한국노바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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