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미국은 한국에도 LG유플러스 사례 등을 들어 거래제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무선 통신장비를 기반으로 5G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깊이 연계돼 있다”면서 관계단절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한국 기업의 경쟁자이자 파트너다. 화웨이가 타격을 입을 경우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반대로 화웨이가 국내에 많은 통신장비를 설치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한국 기업이 막대한 부담을 질 수도 있다. 더욱이 중국은 한국의 주요수출국이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에 달한다. 한국으로서는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 좋을 게 없다. 이미 사드사태에서 경험한 바 있다.
더 우려스러운 건 미·중 갈등이 조기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미·중 갈등은 무역을 넘어 기술패권을 장악하려는 힘겨루기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같은 차세대 첨단 기술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술굴기를 내세우는 중국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중국 정부는 미 국채 투매 등을 대응 조치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산업의 원자재인 희토류도 무기화할 태세다.
미·중 간 갈등이 증폭될수록 한국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한순간의 오판이 장래에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수명이 다한 건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수수방관할 수준을 넘어 선택의 순간이 올 수 있다. 최선의 대책을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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