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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기고] 게임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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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게임은 질병이다." vs "게임은 문화다."

게임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이 한 치의 양보나 이해도 없이 점입가경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표준분류(ICD) 제11차 개정판에 게임장애(Game Disorder)를 신규 질병으로 등재한다는 결정이 임박한 이 시점에 더욱 치열하다.

보건복지부와 정신의학계를 중심으로 게임을 과하게 이용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현상을 '중독'과 같은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세계보건기구의 방침을 수용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해 관련 법규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게임산업계와 학계에서는 게임장애가 질병코드에 포함되면 게임산업에 대한 극단적인 규제로 이어져 산업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고 주장한다. 이미 세대를 아울러 향유되고 있는 문화로서 게임에 대한 이해 부족도 지적한다.

게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미디어이자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게임은 게임이다.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언명을 통하면 "미디어는 인간의 상호관계와 행동에 있어 심리적·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존재이다". 젊은 세대에게 게임은 세상과 소통하고 또래와 교류하는 미디어이자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게임은 이미 모든 세대에 있어 심리적 교류와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임을 명확한 근거나 논리 없이 무슨 이유로 질병으로 규정하려고 하는가? 게임이 질병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오명을 얻었을 때 게임 이용자들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된다. 과연 게임 질병코드화를 통해 사회·문화·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있는 것인가?

"게임은 질병이다"라는 규정은 또 다른 측면에서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 신성장동력이자 콘텐츠산업의 첨병인 게임산업계는 환자와 약물을 생산하는 사업으로 전락해 문화 창작자로서 자긍에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시장 규모 위축으로 인해 향후 3년간 최대 11조원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경제적 내상도 심각하게 예측된다.

'2018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은 국민의 67.2%인 2500만명이 즐기는 보편적 여가문화이자 문화 향유체다. 학계에서는 '청소년의 문제적 게임 이용은 게임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며 부모의 양육 태도나 학업 스트레스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게임 과몰입은 게임 과이용자가 주의력결핍장애(ADHD)나 우울증과 같은 질병을 갖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제시됐다.

열정과 흥미가 도를 지나쳐 누군가의 일상생활에 중대한 지장을 주는 현대사회의 문물이 과연 게임뿐일까? 게임에 몰입하는 행위가 질병이라면 스마트폰, TV, 라디오, 인터넷, 유튜브 등도 질병의 범주에 넣어야 할 것이다. 게임 '과몰입'은 일종의 현상이며, 게임 자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게임 과이용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현상은 건전한 게임 문화 확산뿐만 아니라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해결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은 질병이라는 낙인을 근거로 의료계에서만 단독으로 제시할 것이 아니라 산업·문화·교육계 등을 비롯한 모든 인접 분야가 함께 연구하고 공동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분류되더라도 게임을 게임 그 자체로 정의하고 게임산업계와 협력을 통해 보다 명료하고 확실한 근거를 확보해 KCD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콘진원은 게임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툴로 확장되어가는 사업을 적극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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