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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연합시론] 민주주의의 적 정보경찰 불법활동 끝장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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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현기환·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 박근혜 정권 시절 청와대 인사와 경찰청장 등이 정보경찰의 불법활동에 개입한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전 비서실장 등은 정보경찰로 하여금 선거 관련 정보나 특정 정치 성향 인물·단체를 견제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여 보고하게 한 혐의가 있다는 게 수사단의 설명이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최고위 대통령 참모진과 경찰 수뇌라는 인사들이 부당한 통치를 위해 공권력을 불법적으로 동원한 데 연루됐다는 사실 앞에 분노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이래 전진한 한국민주주의가 불가역적 수준으로 착근됐을 거라는 믿음은 신화에 불과한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면 허망하다.

정보경찰의 불법활동은 박근혜 정부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정보경찰의 불법사찰 정황이 담긴 보고 문건이 지난해 영포빌딩에서 발견됐다. 그 결과 경찰은 작년 10월과 11월 2011∼2012년 정보국 정보2과장을 맡았던 두 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도 했다. 경찰과 별개로 검찰 역시 박 전 대통령 때 경찰청 정보국이 정치인 등을 불법 사찰하거나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2016년 4월 총선 당시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하여 친박(친박근혜)계 후보를 위한 맞춤형 선거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경찰 등 권력기관을 정보정치와 선거전의 수족 정도로 여기는 정권의 태도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집권세력의 민주주의 이해와 실천력을 포함한 통치철학과 직결된다. 박근혜 정부만 보더라도 민주주의를 유린한 유신헌법 제정에 깊게 관여한 공안검사 출신 김기춘이 대통령 비서실장에 기용되고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가 국정 뒷무대에서 박 전 대통령 측근들과 사적으로 국사를 논했다. 공공 궤도를 이탈한 국정 운영 방식을 되풀이하고 권력의 부당한 집행에 무감각한 리더십 아래 불법사찰의 반복이 정보경찰의 일상이었던 셈이다. 국민 품으로 권력기관을 되돌리는 데 집권세력의 민주적 리더십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또 경찰조직 안팎에 이중, 삼중의 통제와 견제 장치가 있고 이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환경이어야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부당한 지시를 받은 이에게 거부할 권리를 주고, 불법을 지시하고 이행한 인사들을 엄정하게 단죄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찰이 정보경찰의 활동규칙을 만들어 정보활동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등 잘못된 관행과 결별 의지를 밝힌 것은 반길 일이다. 은밀한 정보활동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한남동 정보분실을 없앤 것이나 정보경찰의 국회·정당 상시출입을 금지하고 민간사찰 등 부당한 지시에 대한 거부권 조항을 제도화하는 것 역시 의미있다. 경찰은 검찰과 수사권 조정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상황에서 개혁 추진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하리라 본다. 그 점에서 최근 내놓은 '정치관여 시 형사처벌 법제화' 등 여러 계획 이행에서도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법·제도뿐 아니라 문화를 뿌리내려, 더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부터 환골탈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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