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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헌법불합치’ 낙태죄 개정이냐, 폐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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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입법과제 토론회

허용주수보다 낙태원인 파악해야

지난달 사실상 위헌 판정을 받은 낙태죄 처벌 조항이 존폐 기로에 섰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내년 말까지 입법을 해야 하는 국회는 아예 낙태 조항을 없앨지, 일정 기간의 초기 낙태만 허용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2일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열린 첫 입법 논의다. 입법 연구원 및 단체에서는 형법상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규정을 없앨지 여부와 임신 주기별 낙태 허용 여부, 약물을 포함한 낙태 시술 방식, 의료인에 대한 처벌 여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경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의 존치여부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의 관점과 연계되는 문제로, 폐지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낙태에 관한 기본적 범죄 유형을 형사사법체계의 기본법인 형법에서 삭제한다는 사실이 일반에 주는 파장과 의미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법과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된 낙태 관련 법을 일원화하는 제안도 있었다. 이재명 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은 “독일처럼 형법에 낙태 관련 처벌규정과 허용 사유를 모두 규정하되, 낙태 상담과 허용 사유 등 세부 규율을 다른 법률에 보충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모자보건법을 전부개정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처벌규정을 전면 삭제해야 하거나 특별법 형태의 별도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헌법불합치 사건에서 대리인을 맡았던 차혜령 변호사는 “형법과 이원화체계로 가고 있는 모자보건법 조문을 바꾸는 것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조항 하나 바꾸거나 일부 신설하거나 전면개정만으로는 헌법불합치 의견에 담긴 생각들을 담을 수 없다. 새로운 특별법 형태로 가지 않으면 명확하게 입법하기가 난망하다”고 지적했다.

종교계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게 되는 만큼 낙태를 거부할 권리도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인 정재우 신부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낙태를 의무로 부과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낙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관의 결정이 법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형법상 의사와 임부의 낙태 관련 처벌입법이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사유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신중절에 관해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삼는데, 임신중절 수술의 경우 임신 초기면 덜 위험하고 임신 후기면 더 위험하고 그런 것이 아니다. 잘못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신념과 종교적 이유로 거부해도 의료법상 진료 거부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과 불가피하게 수술한 의사를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조항도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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