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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경찰 물리력 행사기준…탁상공론에 불과해 vs 시민 안전 위한 길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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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취객 제압 논란, 또다른 논란 야기…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 마련해 주목 / 기존에도 내부 매뉴얼 있었지만 현장상황에 맞는 물리력 사용기준으로 삼기엔 빈틈 적지 않아 / 통일된 기준, 구체적인 지침 만들어져 다행이라는 게 중론 / 경찰 물리력 어떻게 행사해야 '과잉 대응' '소극 대응' 비난 피해나갈 수 있냐 하는 점은 과제로 남아…어떤 분야든 기본 업무 매뉴얼이 필수, 매뉴얼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아 / 현장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이 매우 긴박하고 복합적…기준 마련에 그치지 말고 현장에서 즉각적·합리적으로 대처하는 판단력, 순간 조치 능력 키워야

여성 경찰관(여경)의 취객 제압을 놓고 논란이 또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물리력 행사 기준을 마련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무기·장구 사용에 관한 규정이 있었고, 전자충격기나 수갑 등 일부 장구에 대한 경찰 내부 매뉴얼은 있었지만 이를 현장 상황에 맞는 물리력 사용기준으로 삼기에는 빈틈이 많았는데요.

통일된 기준과 구체적인 지침이 만들어져 그나마 다행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최근 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은 남녀 경찰관이 취객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여경이 취객에게 밀리고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수갑까지 채워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문이 더욱 확산했는데요.

여경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매뉴얼을 어긴 게 아닌, 수갑을 채우라는 지시는 시민이 아니라 교통경찰관에게 한 것이라는 경찰 당국의 설명으로 어느 정도 해명은 일단락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여경의 체력이 부실해 체력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불거지는 등 논란이 이어졌는데요. 이번 논란은 경찰의 물리력 행사 및 체력 기준 개선이라는 숙제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다만 이번 논란의 또다른 과제가 생겼는데요. 경찰이 물리력을 어떻게 행사해야 '과잉 대응' '소극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해나갈 수 있냐 하는 점입니다.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자 일선 경찰관들의 반응은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 '지금까지의 모호한 기준보다는 훨씬 낫다' 등으로 엇갈렸는데요. 어떤 분야든 기본 업무 매뉴얼은 필수지만, 매뉴얼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습니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순간 순간들이 매우 긴박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준 마련에 그치지 말고 현장에서 즉각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판단력과 순간 조치 능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경찰에 근본적으로 바라는 건 공권력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며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갈수록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더욱 자신감 있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세계일보

경찰청이 직무 집행 과정에서 대치 상대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는 5단계 기준을 발표한 가운데,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는 급박한 현장에서 원활한 단계별 구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0일 열린 경찰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심의·의결했고 이런 내용을 전날 공개했는데요.

이는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상대방을 '순응', '소극 저항', '적극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의 5단계로 나눠 경찰의 물리력 사용 수준을 구분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적극적 공격'부터 가스 분사기, '폭력적 공격'부터 상황에 따라 경찰봉 가격, 전자충격기(테이저건) 사용이 가능합니다. '치명적 공격'에서는 권총까지도 쓸 수 있는데요.

이번 대책의 성패는 대응 기준의 명확성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 현장에선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 흘러나와

시시각각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현장 상황 속에서 이를 단계별로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인데요.

한 경찰관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현장 경찰의 가장 큰 불만 중에 하나가 어떤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사후에 일이 생겼을 경우 책임을 현장에게 돌리는 것"이었다며 "경찰 내부에서 나름대로 고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단계별 대응에 따른 추가 장구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뉴시스에 "현장 조치를 담당하는 경찰관은 간단명료한 판단 하에 상응하는 장구를 사용하는 것이 과잉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며 "현행 장구 범위에 맞추려고 하지 말고, 추가적인 장비 도입을 염두에 둔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세계일보

경찰은 이번 제정안에서 각 통제 방식에 대한 유의사항을 정해 그 방향성과 제한을 뒀는데요. 경찰봉을 사용할 땐 격리도구, 중위험 물리력, 고위험 물리력 등 상황에 따른 방식상 한계가 존재합니다.

신체 접촉을 동반한 물리력을 사용한 뒤 반드시 부상 여부를 확인, 필요한 경우 의료진을 호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경찰청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기본적으로 경찰관들이 현장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를 준 것"이라며 "물리력 사용으로 인한 법적 다툼이 있을 때 매뉴얼에 따라 물리력이 행사됐다면 중요한 면책 준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경 체력검정 기준 약하단 지적…민갑룡 경찰청장 "검정 수준 높여나갈 것"

한편 '대림동 여경' 논란과 관련해 경찰의 수장인 민갑룡 경찰청장이 "침착하고 지적이었다"며 현장 경찰관들의 대응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다만 여경의 체력검정 기준이 약하다는 지적에는 검정 수준을 높여가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민갑룡 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제의 동영상에 나오는) 남경, 여경 할 것 없이 나무랄 데 없이 침착하게 조치를 했다"며 "그런 침착하고 지적인 현장 경찰 대응에 대해서 전 경찰을 대표해서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경은 물러선 것이 아닌 지원 요청도 하고 현장에서 피의자를 제압하는 조치를 했다"며 "현장의 경찰관들이 본분을 지키면서 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민 청장은 "해당 여경께서 심신의 충격을 받았고, 휴가도 갔다고 하던데 힘을 내 용기를 잃지 말고 다시 빨리 경찰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응원했는데요.

여경의 체력검정과 관련해서는 "여경의 체력검정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를 인식하고 경찰개혁위원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했다"며 "경찰대학교, 간부후보생 과정부터 개선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세계일보

그는 "선진국보다 체력 기준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어 이 기준을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경찰관의 업무 수행에 적절한 체력 기준을 갖추면서도 경찰이 일반 시민에게 우월감을 갖지 않는 정도의 적절한 조화를 찾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체력이 좋은 사람으로만 경찰을 뽑는다면 운동선수가 아니면 안 될 것"이라며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필요한 체력이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의 체력이 필요한지를 판단한 뒤 적응 과정을 거쳐 전체 경찰 모집 때 체력 기준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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