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대의 발터 잘츠부르거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 10일 "수심 2000m 심해에 사는 물고기의 눈에서 색을 감지할 수 있는 다양한 단백질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사람 눈의 망막에는 빛을 감지하는 세포들이 있다. 하나는 원기둥 모양의 간상세포로 빛의 세기를 알아내고, 원뿔 모양 원추세포는 색을 감지한다. 잘츠부르거 교수 연구진은 이번에 물고기 101종을 분석해 그중 은빛가시지느러미 등 심해어 4종류에서 간상세포의 옵신 단백질(로돕신)을 만드는 유전자가 4가지 이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은빛가시지느러미는 무려 38종이나 됐다.
/그래픽=최혜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람을 포함해 포유동물은 99%가 한 가지 로돕신으로 빛의 세기를 감지한다. 빛 입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면 되므로 종류가 여러 가지일 이유가 없다. 로돕신이 여러 종류라면 다른 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심해어의 로돕신 단백질은 여러 가지 색에서 나오는 빛들을 감지한다고 주장했다.
빛이 없는 곳에서 사는 심해 생물들은 반딧불이처럼 스스로 빛을 낸다. 이른바 생물발광(生物發光) 현상이다. 이들이 내는 빛이 대부분 청색과 녹색이다. 그런데 심해어의 로돕신이 감지하는 빛의 파장대가 청색과 녹색이었다. 결국 심해어는 눈으로 색을 구별해 먹잇감을 찾는다고 볼 수 있다. 하와이대의 진화생물학자인 메간 포터 교수는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심해의 시각에 대한 기존 이론을 뒤흔들었다"고 평가했다.
심해어의 로돕신 유전자가 단순히 수만 늘어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전자들은 많은 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유전자 돌연변이율을 역추적해 심해어의 놀라운 시각이 세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진화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심해어가 실제로 색을 구분하는지 알려면 직접 행동을 봐야 한다. 하지만 심해어를 실험실에 가져오면 수압 변화로 살 수 없다. 연구진은 대신 수심이 낮은 곳에 사는 심해어의 친척뻘 물고기를 대상으로 로돕신 유전자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