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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사설] 노무현의 실용정신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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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오늘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엄수된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와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정치인이자,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국익을 우선하며 철저히 실용주의 노선을 걸은 지도자다. 진보 정치인으로 '원칙'을 강조했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지지층 반발을 무릅쓰고 유연한 자세로 역사적인 결단을 내렸다. 서거 10주기를 맞아 그의 실용정신이 주목받는 이유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승리 후 '좌파·반미 대통령'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당선인 신분으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를 찾아가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미국 인사들을 만날 때는 자신을 '요구가 많은 친미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한미동맹과 국가안보를 중시한 것이다. 임기 중 이라크 파병을 단행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인 것도 그런 연장선상이다. 남북관계와 동북아 문제를 풀려면 친미, 친북, 친중, 친일, 친러도 다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그는 경제 실익 추구에도 앞장섰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당시 지지층이 "망국의 길"이라며 반대했지만 '장사꾼 논리'를 내세워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2005년 규제개혁 추진보고회의에선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다"며 신속한 규제개혁을 주문하기도 했다. 당시 수도권 규제를 풀어 경기 파주에 LG필립스 공장(현 LG디스플레이)을 짓게 한 것은 규제 타파의 대표적 사례다. 노 전 대통령은 진보세력의 비판에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다독였다. 국익을 위해선 좌파정책이든 우파정책이든 개의치 않고 시행해야 한다는 그의 국정철학은 "참여정부를 새롭게 정의한다면 좌파 신자유정부"라고 밝힌 데서 잘 드러나 있다.

참여정부 때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실용노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북 지원과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에서 보듯이 실용보다는 이념에 치우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가 내민 '촛불 청구서'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정 최고지도자는 지지층 이탈을 감수하고서라도 국익과 미래를 위해 외로운 용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노 전 대통령이 보여준 실용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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