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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판사가 방청객에 "주제넘은 짓"…'주의 권고' 거부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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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판사가 모욕” 60대 진정 제기 / 인권위 작년말 재발방지 등 권고 / 법원측 “재판범주 포함” 불수용

세계일보

판사가 고령의 방청객에게 “주제넘은 짓”이라고 발언한 것은 ‘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의를 권고했지만 법원이 ‘재판’의 범주에 포함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2017년 6월 60대 초반의 대학교수 A씨는 광주지법에서 열린 학교 총장의 배임 및 성추행 관련 재판을 방청하다가 40대인 판사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반복적으로 들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판사는 A씨가 탄원서와 함께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자 재판에서 A씨를 일으켜 세운 뒤 “주제넘은 짓을 했다”는 등의 말을 수차례 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방어권 침해 우려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도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A씨에게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자존감을 훼손하는 언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 판단을 기초로 사건이 발생한 광주지법과 현재 해당 판사가 소속된 수원지법원장에게 재발 방지와 해당 판사에 대한 주의조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광주지법원장과 수원지법원장은 해당 발언이 재판 진행과정에서 나왔으며 소송지휘권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법정 언행이나 재판 진행으로 볼 근거가 없고, 법관의 법정 언행은 ‘재판’의 범주에 포함된다며 인권위 권고에 ‘불수용’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당시 같은 장소에 있던 학생이나 중년의 일반인이 진정인의 피해 감정에 공감했고 법관의 소송지휘권 행사도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었다”며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언행으로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법원의 불수용 사실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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