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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타인 정자로 인공수정해도 친자식일까?…오늘 공개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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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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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남편의 무정자증으로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태어난 자녀를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법정에서 A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의 상고심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부인 B씨와 1985년 결혼했지만 무정자증으로 자녀가 생기지 않았다. 이에 다른 사람의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을 통해 1993년 첫째 아이를 낳은 뒤 두 사람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이번에도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2013년 가정불화로 아내와 이혼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A씨는 두 자녀를 상대로 친자식이 아니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이 시행한 유전자(DNA) 검사결과 두 자녀 모두 A씨와 유전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된다. 다만 대법원은 1983년 이후 부부가 동거하지 않아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만 친생추정 예외를 인정해왔다.

현행 민법 제844조·제847조는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이 추정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원고적격과 제척기간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일부 한계가 있었다.

1심 법원은 원고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정 외에 '동거의 결여' 등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친생자 추정 원칙이 적용되고, 이런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보고 각하 판결을 내렸다. 또 1심 법원은 이번 소송을 만약 '친생부인의 소'로 보더라도 제척기간인 안 때부터 2년이 지났으므로 부적법해 각하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본안에 대해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배우자가 동의한 경우’에는 친생자로 추정되는 원칙이 유지되지만, 유전자형이 다른 경우에는 친생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심 법원은 A씨와 두 아이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지만, 첫째 아이에 대해서는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A씨가 동의했기 때문에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둘째 아이에 대해서는 친생자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나, 입양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어 양친자관계가 성립해 소의 이익이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의 상고로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해당 사건이 우리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

최근 생활환경의 변화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남편이 아닌 제3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등 새로운 형태의 임신 및 출산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관계의 형성과 부양·상속 등의 문제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사건도 느는 추세다.

학계에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친생자관계 입증의 어려움이 개선됐고 사회인식 변화와 인공수정 등에 의한 임신·출산이 늘어나는 만큼 친생추정 예외 범위를 좀 더 넓게 보자는 절충적 견해와 이미 형성된 친자관계를 중시하는 기존 법리가 대립하고 있다.

대법원은 대한변호사협회·법무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한국민사법학회·한국가족법학회·한국가족관계학회·한국젠더법학회·한국공법학회·한국헌법학회·한국법철학회·한국가정법률상담소·대한산부인과학회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공개변론에는 차선자 전남대 로스쿨 교수와 현소혜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가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예정이다. 공개변론은 대법원 홈페이지, 네이버 TV,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 중계방송된다.

대법원은 변론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심리해 3~6개월 안에 결론을 낼 방침이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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