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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광화문]홍장표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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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영권 경제부장] 문재인정부 3년차에 접어들면서 경제 성과를 평가하는 토론회가 잇따라 열렸다.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지만 일반 평가는 좋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문 대통령에 대해 부정 평가를 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경제 문제를 가장 많이 거론한다.

문재인정부를 상징하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실패했을까. 소주성은 왜 나왔고,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논문이라고 알려진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 변동이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 임금주도 성장모델의 적용 가능성’(2014)을 살펴보자.

논문은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노동 몫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고 본다. 또 자본 몫이 증가해도 투자와 순수출 증가는 효과는 나타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노동 몫을 늘리는 노동친화적 분배 정책이 총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이 이론을 토대로 이번 정부는 최저임금을 빠르게 인상하는 방식 등으로 실질 임금을 높였다. 그렇다면 논문에 나온 대로 실제로 정부 정책으로 총수요는 늘어났나.

지난해 민간 소비 증가율은 2.8%로, 2011년(2.9%) 이후 가장 높았다. 실질 GDP(국내총생산) 증가율 2.7%를 앞질렀다. 정부 정책의 결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직 공식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소비가 우리 경제를 떠받쳤다는 걸 알 수 있다. 작년 수출이 4.0% 늘고, 수입은 1.5% 증가한 것을 보면 소비 증가가 순수출에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하지도 않았다. 작년 설비투자는 1.7% 줄었지만, 2017년 이례적으로 14.6% 증가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지, 자본 몫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이같은 GDP 데이터를 놓고 보면 논문 내용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경제정책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은 바로 고용과 분배 지표 때문이다. 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을 저점으로 이후 꾸준히 오르다가 지난해 하락했다.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는 2009년 이래 가장 적었다. 여기에 상위 20% 가구 소득을 하위 20% 가구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2017년 4분기 4.61배에서 지난해 4분기 5.47배로 확대됐다. 이는 소주성 정책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없앴고, 분배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21일 발표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 자료에도 최저임금 인상이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취약업종에서 일자리와 근로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의 이유 역시 홍장표 위원장의 논문에 힌트가 있다. 그는 '실질임금 상승은 노동절약적 기술진보와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논문이 언급한 임금주도성장의 부(副)작용 역시 현실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논문은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현실화, 자영업자 경영안정, 자본소득세와 복지제도 강화 등 다양한 정책 조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실질소득을 늘리는 '임금주도성장'정책을 재언급한 게 대부분이다. 이번 정부에서 그런 정책이 시행됐지만 그런 이유로 효과에는 한계가 있었다.

분명 모든 부정적인 경제현상을 소주성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주성은 대외여건이 불안한 요즘 소비를 끌어내 경기를 방어하기에는 제격이다. 반면 '소주성은 죄가 없다'거나 '소주성으로 경제체력이 바뀌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다'라는 인식도 현실감각이 없다.

소주성은 성장 정책이지, 고용정책이나 분배정책은 아니다. 노동 몫을 늘리는 것 자체로 고용이 늘지도, 분배가 개선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반(反)고용 반(反)분배' 정책일 수도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고용 안전망을 강화한 만큼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는 대신 창업에 나설 수 있게 보다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정부가 주저하는 만큼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은 멀어진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경제부장 indep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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