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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경찰 국가수사본부, 정권 충견 하나 더 늘리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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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민주당이 20일 경찰에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청와대가 작년 1월 공개한 방안이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에 반발하자 검찰만이 아니라 경찰도 바꾼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경찰 인력은 검찰의 12배에 달하는 12만명이나 된다. 전체 형사사건 98%에 대한 수사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면서 이미 적지 않은 수사권을 갖고 있다. 청와대 방안처럼 앞으로 검찰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종결권까지 갖게 되면 또 다른 무소불위 권력이 될 위험이 있다. 이런 권한에 비해 역대 경찰청장 절반가량이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았을 정도로 내부 비리가 심각하다. 정권 사냥개 행태나 권한 남용은 검찰 못지않다. 경찰 개혁의 핵심도 검찰과 다르지 않다. 비대한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정권과 떼어놓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 안은 이에 대한 해결책은 전혀 담고 있지 않다.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국가수사본부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청장을 임명하는 방식과 똑같이 대통령이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임명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정권의 충견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법원에 접수되는 형사사건은 연간 150만~160만 건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2008년 200만 건가량이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간혹 극악 범죄가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주곤 하지만 통계적으로는 범죄 총량이 늘어났다고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범죄 대응 역시 수사기관 증설이 아니라 수사 기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상호 통제하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지금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청와대 안대로 되면 기존 검사 2300명에다 검사 못지않은 권한을 가진 수사경찰 2만여 명이 더해지고, 검찰보다 더 힘세다는 공수처 검사·수사관 수십 명이 생기게 된다. 수사기관들 권력과 덩치는 커지고 그 틈바구니에서 무고한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 해야 할 수사는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수사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행태가 바뀌지 않고 더 심해진다면 누굴 위한 검찰·경찰 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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