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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사설] 한달이 다 가도록 국회 상정조차 못한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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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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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에 제출된 지 한달이 다 가도록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미세먼지·산불 등 국민안전 대책과 경기하강 대응책을 담은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가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 탓에 빈손으로 끝난 데 이어 5월 임시국회는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일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 정상화에 원칙적으로 공감했으나 구체적인 사항에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4일까지 ‘민생 투쟁 대장정’을 이어가고 25일 서울에서 또 장외집회를 한다고 하니, 5월 추경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이렇게 되면 ‘드루킹 사건’에 발목이 잡혀 국회 통과에 45일이 걸린 지난해 추경보다 국회 처리가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을 편성하는 이유는 경제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추경은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하다. 특히 경기하강 대응은 예산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 빨리 투입할수록 효과가 커지고 지체될수록 효과는 반감된다. 국회가 추경 심의를 더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회가 열려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추경에 앞서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경제정책의 기본 틀부터 바꾸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정부의 철학과 가치가 담긴 정책 기조를 폐기하라는 것은 정권을 내놓고 물러나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집권했다면 그렇게 했겠는가. 받아들여질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또 경기하강 대응책은 “총선용”이라며 ‘재해 추경’만 분리해서 처리하자고 한다.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들린다. 소모적 논란만 부를 뿐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췄다. 세계 무역 위축과 한국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고용 부진을 성장세 둔화의 원인으로 들었다. 추경만으론 한계가 있고,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추경을 비롯한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은 국제기구들도 동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도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성장세 둔화에 대응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 중이며 특히 추경이 경제 활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대여 투쟁을 하더라도 국회에서 할 일은 해야 한다.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추경 심의를 꼼꼼히 하는 건 야당의 의무다. 정부여당도 야당 설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제를 살리는 일차적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기 때문이다.

▶ 관련 기사 : OECD, 올해 한국 성장률 2.6%→2.4%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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