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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마켓인]뒷심 발휘한 MBK, 초조한 롯데 마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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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원 한앤코 대표, 검찰 고발로 대주주 적격심사 제동

빠른 매각 필요한 롯데, 안정적인 MBK 선택

코웨이 인수 때도 우선협상대상자 따돌린 경험 있어

이데일리

지난 19일 서울 중구 남창동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 지난 3일 시장 예상을 뒤엎고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선정됐다. 유력한 후보였던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MBK-우리 컨소시엄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데다 우리은행 편입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탓에 한앤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앤코의 불확실성이 대두되자 MBK파트너스는 틈을 놓치지 않고 베팅했다. 새로운 우협 지위를 따내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반전의 시작… KT, 한상원 한앤코 대표 검찰 고발

한앤코의 불확실성은 한상원 대표가 검찰 고발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KT 노조는 지난 3월 말 KT 경영진이 2016년 자회사 나스미디어로 한앤코로부터 온라인 광고 대행사인 엔서치마케팅(現 플레이디)을 고가에 인수해 손실을 봤다며 KT 임원진을 비롯해 한상원 한앤코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롯데카드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롯데그룹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올 10월까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법원 판결 전까지 대주주 적격심사가 중단되므로 한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한앤코로서는 오는 10월까지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결국 롯데그룹으로서는 10월 안에 매각을 안정적으로 마무리 짓는 방향을 고려해 우선 협상대상자를 변경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매각 과정에 정통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측도 한앤코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매각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데다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동빈 회장 등 경영진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우선 협상대상자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파킹딜’ 논란도 우협 변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파킹딜이란 기업의 경영권을 처분하는 것처럼 위장한 뒤 일정 기간 뒤에 지분을 다시 사는 계약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쇼핑, 호텔 등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롯데카드 지분을 백기사에 맡긴 뒤 되찾아 올 것이란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인수를 노리는 우리은행과 손잡은 MBK파트너스는 파킹딜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어 이 점을 강조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MBK, 코웨이 인수 시 쓴 드라마… 이번에도 성공

한앤코가 악재를 만나자 MBK파트너스는 그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13일 한앤코가 보유하고 있던 배타적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뒤 롯데그룹 및 매각주관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측과 접촉해 새로운 조건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하며 인수 의지를 적극 드러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정된 조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긴 어렵지만 한앤코가 제시했던 안과 비슷한 조건을 담은 제안서를 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한앤코가 제시한 1조8000억원 혹은 그 이상의 금액을 베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과거에도 반전을 거듭한 끝에 ‘최후의 승자’가 된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2012년 MBK파트너스는 지리한 인수 전 끝에 웅진그룹이 내놓은 코웨이(021240)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인수전 초기만 해도 우선협상자로 GS리테일(007070)이 유력했지만 이후 KTB프라이빗에쿼티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고배를 마시는 듯 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선협상자 지위를 내준 뒤에도 꾸준히 웅진 측과 접촉해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덧붙여 3년 후 웅진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룹 사정 상 어쩔 수 없이 코웨이를 내놨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의중을 파악한 MBK파트너스의 베팅은 적중했다. 결국 MBK파트너스는 코웨이의 새 주인으로 낙점됐고 지난해 웅진-스틱 컨소시엄에 코웨이를 되팔면서 윤 회장과의 약속을 지킨 것은 물론 6000억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거둔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는 문자 그대로 배타적인 협상 권리를 우선적으로 부여받은 것일 뿐 거래가 종료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뀌는 상황은 항상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 익숙한 MBK파트너스였기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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