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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6억 오를 때 84층 펜트하우스는 '무피'...고개 숙인 '하늘 위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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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아파트 최고층 80→85층

강북·대구 최고층 판도 달라져

펜트하우스 분양가 비쌌지만

가격 상승률은 일반 주택보다 못해

펜트하우스 크기 줄고 가격 낮아져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중앙일보

2011년 이후 80층인 최고층 아파트 최고 높이가 올해 말 85층으로 올라간다. 11월 입주 예정으로 골조 공사가 끝난 해운대 엘시티 더샵. 오른쪽 건물이 85층 아파트이고 왼쪽은 101층 랜드마크 타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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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우뚝 솟은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의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초고층이 들어선지 17년이 지나는 동안 1번지 주소가 세번째로 바뀐다. 지역별 초고층 랜드마크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 사이 ‘하늘 위의 궁전’으로 불리던 초고층 펜트하우스의 콧대는 꺾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50층 이상 아파트는 전국 37개 단지다. 2002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원조인 타워팰리스 1차(최고 66층)가 초고층 시대를 열었다. 바로 다음해 양천구 목동 현대하이페리온(최고 69층)이 최고층을 3개층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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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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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해운대에 각각 72층, 80층인 해운대아이파크와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가 들어서며 초고층 1위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넘어갔다. 다시 8년이 지난 올해 11월 같은 해운대에 최고 85층 엘시티 더샵이 준공할 예정이다.

현재 85층 넘게 계획하거나 공사 중인 단지가 없어 85층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서울 강북지역 최고층은 광진구 자양동 더샵스타시티(58층)였다. 앞으로 청량리가 강북 초고층 요람이 된다. 지난 4월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가 59층(높이 192m)으로 분양한 데 이어 이달 말 인근에 이보다 더 높은 롯데캐슬 스카이 L65가 분양한다. 이름 그대로 65층이다.

‘대구 강남’으로 불리는 대구시 수성구 내 초고층에도 순위 변경이 생긴다. 현재 57층인 두산동 수성 SK리더스뷰보다 2층 더 높은 수성 범어 더블유가 이달 말 주인을 찾는다.

올해 청량리와 수성구의 50층 넘는 아파트는 4년만의 초고층 분양이다. 2012년 이후 초고층 분양이 급감했다가 2013년 부산시 남구 용호동 더블유(69층)과 2015년 엘시티 더샵이 명맥을 이어왔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사업비가 많이 들고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비싼 초고층은 주택경기 전성기 때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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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로 본 초고층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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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고층 아파트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첫 착공(타워팰리스 1차)에 들어간 뒤 2000년대 초반부터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까기 주택경기 호황기 때 22개 단지를 쏟아냈다. 그 뒤 주택시장 열기가 가라앉았지만 앞서 사업을 준비해온 10개 단지가 2012년까지 분양을 이어갔다.

초고층 아파트의 화룡정점은 ‘하늘 위 궁전’ 펜트하우스(꼭대기층 고급주택)다.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주택형도 100평(전용 244제곱가량) 안팎의 초대형이다. 층수가 올라가며 펜트하우스 크기도 커졌다. 2011년 지어진 해운대 아이파크는 전용 285㎡로 128평형이다.

펜트하우스는 비싼 가격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집이 크기도 하지만 다른 주택형보다 훨씬 비싼 단위면적당 가격 때문이다. 초고층 조망권 프리미엄과 한 개 단지에 손으로 꼽을 수 있는 극소수 물량의 희소성이 분양가에 반영된다.

엘시티 더샵 분양가가 3.3㎡당 평균 2730만원이었다. 총 882가구 중 최고층 84층 펜트하우스가 전용 244㎡ 6가구였다. 이중 4가구는 3.3㎡당 4700만~5200만원이었고 나머지 2가구는 평균 가격의 2배가 넘는 7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초고층 펜트하우스가 ‘돈’이 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펜트하우스 시세가 형성돼 있지 않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펜트하우스가 일반 주택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인다. 타워팰리스 1차 펜트하우스(전용 244㎡) 공시가격이 준공 후 2003년부터 올해까지 93.8% 오른 반면 전용 78㎡는 2배인 177.3%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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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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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층 엘시티 더샵 분양권 웃돈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6월 84층 전용 244㎡가 웃돈 없이 분양가와 같은 49억86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186㎡ 82층은 지난해 8월 분양가보다 6억2500만원(30%) 비싼 26억7800만에 거래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희소성 등을 지나치게 강조해 초고층 펜트하우스 단위당 분양가에 거품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분양하는 초고층 펜트하우스는 크기가 줄고 단위면적당 가격 차이도 크지 않다. 롯데캐슬 스카이 L65 펜트하우스는 전용 169~177㎡다. 이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3.3㎡당 평균 2600만원에 분양보증을 받았는데 펜트하우스도 비슷한 가격을 적용한다.

수성 범어 더블유는 전용 102㎡가 가장 큰 주택형이고 아예 별도의 펜트하우스를 두지 않는다.

한재일 아이에스동서(시공사) 분양소장은 “가격 등의 이유로 초대형초고가 주택 수요가 줄어 펜트하우스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펜트하우스와 일반 주택형간 단위면적당 분양가 차이가 줄어든 데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도 한몫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주택형별 3.3㎡당 분양가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규제하기 때문에 펜트하우스 3.3㎡당 분양가가 튀면 전체 평균 분양가가 올라가게 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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