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근영 JTBC 스포츠문화부 차장대우 |
세상에 내놓지 않고 꽁꽁 숨겨둔 그날의 작품이 지난해 처음 공개됐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연 대규모 회고전에서였습니다. 수직·수평으로 단정하고 꼿꼿하던 그의 청다색 기둥은 이 그림에서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윤형근의 그림에서 눈물처럼, 피처럼 물감이 흘러내린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윤형근, 다색, 1980, 마포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윤성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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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의 작가 게오르규가 남긴 “사회가 병들면 시인이 아프다”라는 말을 좋아했다는 윤형근, 그의 그림은 베니스 비엔날레가 한창인 이탈리아에서도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에 걸린 이 그림과 관련 자료를 꼼꼼히 본 관객들은 “한국의 아픈 역사도 알게 됐다”며 공감했다는 게 전시를 맡은 국립현대미술관 김인혜 학예사의 설명입니다.
혐오를 재생산하는 게 아니라 아픔에 함께 분노하고 공감하는 것, 그게 예술입니다. 사람의 눈은 동그라미를 그리면 얼굴을, 세로로 긴 직사각형에서는 서 있는 모습을 연상합니다. 도미노처럼 와르르 쓰러지다 말고 서로 기댄 채 겨우 버티는 기둥들, 그렇게 공감은 공감됩니다.
권근영 JTBC 스포츠문화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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