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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국가수사본부' 추진에 檢 "생색내기" "빈틈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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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국가수사본부 설치, 수사·행정경찰 분리"
검찰 내부선 "같은 경찰청 아래 놓고 무슨 분리냐"
이미 대선 공약인데 지금 와서 내놔 "생색" 비판도

당·정·청이 20일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별도의 수사 조직인 국가수사본부를 설치,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 개혁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검찰 내부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형식적으로는 경찰 조직을 둘로 나눠 힘을 분산시킨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통제장치에 허점이 많다는 게 요지다.

조선일보

20일 오전 국회에서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당정청 협의회가 열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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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은 이날 경찰청 내에 경찰청장으로부터 독립된 별도 수사 조직인 국가수사본부를 두는 조직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청이 합의한 경찰 개혁 방안은 행정경찰이 국가수사본부 내 수사경찰의 업무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수사부서장이 사건의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면 경찰청장이나 지방청장, 경찰서장 등은 원칙적으로 구체적인 수사를 지휘할 수 없다"고 했다. 치안정감급인 국가수사본부장은 개방직으로 임명한다는 계획이다. 10년 이상 수사 업무에 종사한 총경 이상 전·현직 경찰관 또는 3급 이상 공무원, 10년 경력 이상의 판검사 또는 변호사 등이 임명될 수 있다. 국가수사본부장 임기는 3년 단임이고, 임기가 끝나면 당연 퇴직하도록 했다.

당·정·청이 추진한다는 국가수사본부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경찰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진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조정안은 앞으로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정보경찰을 통한 ‘국가 정보권 독점’ 문제에 대한 방안은 빠져 있다. 전체 검사 수(2100여명)보다 많은 3000여명의 정보경찰은 사회 모든 분야의 정보를 취합하는데, 여기에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과 합쳐지면 견제가 어려운 권력기관이 된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국가수사본부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이른바 정보경찰(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완전히 분리시킨 것도 아니고, 같은 경찰청 산하로 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앞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겠지만 수사경찰과 정보경찰 간 오갈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지 않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국가수사본부에 있는 수사경찰은 앞으로의 승진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데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간에 경찰청 고위 간부들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있겠느냐"며 "결국 이름만 바꾼 또 다른 권력기간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고 했다.

경찰청 고위 간부의 수사 개입을 막는다는 문구가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다. 지방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원칙적으로’ 구체적인 수사를 지휘할 수 없다고 하는데, 예외가 무엇인지 앞으로 나오는 내용을 따져봐야 할 것 같다"며 "또 구체적인 지휘를 할 수 없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구체적이고 아닌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미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 사항이었는데 검찰 측 불만을 의식해 ‘생색내듯 입장을 냈다’는 불만도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10대 공약 중 ‘정치권력과 권력기관 개혁’ 부문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과 함께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이번에 당·정·청이 협의해 내놓은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의 권한을 분산시킨다는 자치경찰제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다.

대검 한 간부는 "먼저 대선 공약으로 내놓고서는 ‘일각에서 경찰권 남용 우려를 제기해서’ 이런 방안을 논의해본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공룡경찰’ 우려를 막기 위한 자치경찰제 도입에 적극적인 뜻이 있었다면 패스트트랙 법안에 같이 올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이 문제의 주무부서인 대통령 직속 지치분권위원회 측에선 자치경찰제 관련 방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관계자는 "자치경찰제와 이를 엮어서 하려는 것은 수사권 조정에 ‘훼방’을 놓으려는 의중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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