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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장자연 성폭행' 진술 뒤집히고 입증 난항…재수사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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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관련자 진술…"객관적 혐의 확인 안 돼"

'리스트' 존재여부엔 과거사위 "진상규명 불가능"

뉴스1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 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서 '장자연 사건'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5.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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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최종보고를 받은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고(故) 장자연씨 관련 성폭행 피해 의혹은 수사권고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

과거사위는 20일 장씨 관련 성폭행 혐의에 대해 "관련자 진술만으로는 가해자와 범행일시 등을 특정할 수 없어 수사를 개시할 수준에 미치지 못 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과거사위는 당시 장씨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등 사건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권고했다.

장씨 관련 성폭행 의혹은 그가 일시와 장소를 알 수 없는 술접대 자리에서 타인이 몰래 약을 탄 맥주를 반 컵가량 마신 후, 마약 또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인사불성이 된 상태로 누군가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을 수 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에서 시작됐다.

조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배우 윤지오씨가 "장씨가 술자리에서 맥주 한 잔을 채 마시지 않았는데도 마치 약에 취한 사람처럼 인사불성이 된 상태가 된 것을 목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에 기반해 이같은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당시 장씨 소속사 매니저였던 유모씨도 면담 전에는 "장씨가 처음에 작성한 문서에 심한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적었는데 내가 지우라고 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유씨는 이후 이뤄진 조사단과의 면담 과정에서는 이같은 말을 한 사실을 부인하며 "장씨가 하소연하듯이 처음에 그런 비슷한 말을 하기는 했는데, 되묻지도 않았고 장씨가 당했다고 말한 것도 아니었다"고 번복했다.

또 조사단은 지난 2011년 8월 김씨 관련 재판에서 드라마 감독 정모씨가 작성한 사실확인서에 배우 이모씨가 전화로 "장씨가 쓴 A4 용지에 '술에 약을 탔다'는 얘기가 있다" 말한 부분이 기재된 것을 확인했다. 정씨를 상대로는 "이씨로부터 '물에 약을 탔다'고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사단에서 배우 이씨가 감독 정씨에게 '이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매니저 유씨 등이 장씨의 성폭행 피해 여부에 대해 '모른다'고 진술하면서 조사는 난항을 겪었다. 유족 또한 장씨가 남겼던 문건에 성폭행에 관해 적힌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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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장자연씨 사건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배우 윤지오씨. 2019.3.1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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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 측은 "진술을 종합하면 장씨가 성폭행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지만, 이들의 진술만으로는 구체적인 가해자·범행 일시·장소·방법 등을 알 수 없다"며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객관적 혐의가 확인됐다고 보기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씨의 진술은 Δ술에 약을 탔을 것 Δ본인이 떠난 후 성폭행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이중적인 추정에 근거하고 있어 성폭행에 대한 직접 증거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거사위는 매니저 유씨와 배우 이씨가 진술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술 또는 물에 약을 탔다는 내용만으로는 성폭행과의 직접 관련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과거사위 측은 "추가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증거가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해도 단순강간, 강제추행 혐의는 공소시효가 완성돼 현 시점에서 수사가 개시되려면 특수강간, 강간치상 혐의가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조사 결과로는 2인 이상이 공모·합동했는지,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장씨가 상해를 입었는지 등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를 인정하고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다만 과거사위는 장씨 사건 관련 공소시효 완성 전 특수강간·강간치상 범행에 대한 구체적 진술 등 증거가 확보될 경우를 대비,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최대한 상정할 수 있는 공소시효 완성일인 2024년 6월29일까지 사건 및 조사기록을 보존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와 관련해 조사단은 수사기록에 담긴 문건 외에 피해사실 관련 '명단'이 기재된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있었을 것이라 의견을 제시했지만, 과거사위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장자연 문건' 7장 원본은 매니저 유씨가 지난 2009년 3월 장씨 유족을 만나 소각하면서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과거사위는 지난 2009년 3월 매니저 유씨가 윤씨와의 통화에서 '목록'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이 있지만, 그 '목록'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봤다. 또 법정과 조사단에서 '사람이름과 직함이 나열된 문건이 있었다'고 말했던 윤씨 외에 실제 문건을 본 다른 이들은 '서술형으로 작성됐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사위 측은 "'리스트' 실물을 확인할 수 없고 장씨 문건을 직접 본 사람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씨 본인이 피해 사실과 관련해 '리스트'를 작성했는지 또는 다른 사람이 만들었는지, 장씨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문건인지, 구체적으로 누구의 이름이 기재됐는지 등에 대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mainta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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