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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서초동 25시] "검찰 피의자 조서, 증거능력 제한해도 재판에 큰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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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실상 경찰 손 들어줘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선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신조서는 경찰이나 검찰이 피의자의 진술을 문답 형식으로 기록한 문건이다. 현행법상 경찰의 피신조서는 당사자가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지만, 검찰 피신조서는 당사자가 법정에서 부인해도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그런데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린 수사권 조정안엔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피고인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하면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당연히 경찰은 찬성이지만 검찰은 반발하고 있다. "법원이 사실상 법정에서 다시 수사를 하는 셈이 되고, 그 경우 재판이 지연되는 등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수사권 조정안을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도 무관하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사실상 경찰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은 국회에 낸 답변서에서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회의 입법 문제"라며 "현재도 재판 실무가 공판중심주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어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도) 실무상 형사 재판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현재도 검찰이 낸 피신조서 등 서면이 아니라 법정 증언을 중심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공판중심주의가 이뤄지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향후 논의 과정에서 검찰은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법원이 이렇게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데는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 수사를 하면서 100여 명에 달하는 전·현직 법관들을 조사했다.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이 대거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 판사들 사이엔 '검찰의 피신조서를 무조건 믿으면 안 되겠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대법원의 입장 표명엔 그런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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