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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인터넷 참주’ 저커버그, 디지털 도편추방 첫 사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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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창업자 “해체” 목소리에

정치권·언론계서 연쇄적 호응

“너무 거대한 권력” 통제 과제로



페이스북 추방 운동, 왜?

한겨레

디지털 시민들은 21세기 인터넷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떠오른 ‘소셜네트워크 참주’를 내쫓을 수 있을까. 민주주의 위협에 대한 우려는 거주민 24억명의 거대한 사이버제국 페이스북을 건설한 마크 저커버그를 디지털 도편추방의 첫 사례로 만들 수 있을까.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저커버그에 대한 비판과 추방 운동이 국제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만든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스가 지난 9일 <뉴욕타임스>에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한다”는 도발적 내용의 기고를 실은 게 신호탄이었다. 휴스는 이 기고에서 “전 세계 소셜미디어의 최강자인 페이스북이 지나칠 정도로 강력하고 크게 성장했다”며 정부가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허가한 것이 연방거래위원회의 최대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 분리로는 불충분하며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해 의회의 권한을 위임받은 기관이 기술기업을 감시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가치는 현재 5000억달러로, 전 세계 소셜미디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휴스는 2007년 오바마 선거운동을 위해 페이스북을 떠났고 현재는 소득 불평등 개선 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의 주장은 미국 정치권과 언론계, 기술 비평계에서 연쇄 울림으로 증폭됐다. 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기술 기업의 해체를 내건 민주당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휴스의 주장에 적극 찬동했다. <애틀랜틱> <와이어드> ‘MIT 테크놀로지 리뷰’ <미디엄> 등 정보기술 분야 언론에는 연일 “페이스북 해체”와 “저커버그 퇴진”을 요구하는 필자들의 날 선 주장이 실리고 있다. <애틀랜틱>의 이언 보고스트는 “페이스북 해체로는 충분치 않다”며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행사하는 강력한 지배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차등의결권을 통해 60% 넘는 기업지배력을 행사하며, 이사회 등 기업 의사결정 구조를 강하게 장악하고 있다. 현재 구조에서 페이스북 이사회는 감시기구가 아닌 저커버그의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알렉시스 마드리갈도 <애틀랜틱>에 실은 “유례없는 저커버그의 권력” 기사에서 거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막강한 권력이 저커버그 1인의 손에 좌우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저커버그는 군대와 정당 등 물리적 권력 배경을 갖고 있지 않지만, 수십억명에게 일상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인터넷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드리갈은 저커버그의 권력이 과거 언론재벌인 허스트나 머독을 능가하며 20세기 미국의 3대 전국방송 네트워크를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과정에서 가짜뉴스 확산, 잇단 개인정보 유출사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이용자 데이터 불법거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테러 생중계 도구 등으로 잇단 곤경에 처했으며 저커버그는 지난 4월30일 개발자대회(F8)에서 “미래는 프라이빗이다”라는 새로운 구호를 들고 나왔다.

<미디엄>은 “페이스북은 고칠 수 없다”는 지난 11일 기사에서 “페이스북의 본질적 결함으로 생겨난 결과를 낯선 이에게 고치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새로운 전기차를 만들어도 소비자에겐 기존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제품이지만, 페이스북은 비슷한 제품이 없으며 고장이 날 경우 표준적 수리 방법이 없는 상태다.

<카오스 멍키>의 작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는 <와이어드> 기고에서 “독점금지법을 적용해 휴스의 제안대로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한다”며 페이스북에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규제하라는 요구는 역설적으로 페이스북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불거진 “페이스북 해체” 요구가 일부 정치인과 기술비평가들의 제안대로 실제 추진될지는 현재론 알 수 없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지나칠 정도로 큰 힘을 가졌다는 이유로 인해 국외로 추방된 도편추방 사례가 디지털에서 등장하는 상황은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위험한 권력자의 존재를 자각하기 시작했음을, 그 거대한 권력을 시민과 사회의 통제 아래 놓아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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