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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노래의 탄생]어리사 프랭클린, 리스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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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월에는 ‘존경’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어버이날도 있고, 스승의날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존경이나, 존중이라는 단어가 크게 대접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존경받는 어른도, 존경받는 스승도 별로 없다. 천지에 세대 간, 이성 간에 서로를 공격하는 포연만 자욱하다.

어리사 프랭클린은 ‘리스펙트(Respect)’에서 배우자에게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으면 당신을 떠나겠노라고 엄포를 놓는다. 이 노래가 발표된 1967년은 미국 내에서 여권신장의 목소리가 높은 시기였다.

그러나 이 노래의 원주인은 따로 있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오티스 레딩이 이 노래를 처음 만들어 불렀다. 래딩 버전은 자신이 아내, 혹은 연인에게 매달리고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오리지널 버전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레딩마저 1967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26세 때 요절했다.

프랭클린에게 이 노래의 리메이크를 권유한 인물은 오리지널을 프로듀싱했던 제리 웩슬러였다. 이 노래는 여성과 흑인 인권운동의 대명사가 되면서 크게 히트했다. 빌보드 팝 싱글차트 1위에 올라 2주간이나 머물렀다. 또 리듬앤드블루스 차트에서는 8주간이나 1위를 지켰다. 오티스 레딩조차도 “웬 여자가 나타나 내 노래를 훔쳐갔다. 참 잘된 일이다”라면서 프랭클린의 성공을 축하해줬다.

이 노래를 발표할 당시 어린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나이든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어리사 프랭클린은 이혼소송 중이었다. 그의 처지가 노랫말과 어우러지면서 큰 호응을 얻었고, 그 역시 2년 뒤에 남편으로부터 해방됐다.

리스펙트는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노래한다. 시원시원한 프랭클린의 목소리는 이 노래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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