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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준공영제 취지 흔드는 버스회사 ‘억대 배당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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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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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에 따라 서울시의 재정 지원을 받는 버스회사들이 지난해 주주들에게 ‘억대 배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의 ‘교통 복지’를 위해 민간업체인 버스회사 적자를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준공영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다.

<연합뉴스>가 서울 시내버스 41개 업체의 2018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5개 업체가 지난해 총 197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업체별 평균 지급액이 7억9천만원이고, 10억원 이상 지급한 곳도 6곳이나 됐다. 절반 이상인 15곳이 주주가 5명 이하였고, 1명이 지분 100%를 소유한 업체도 5곳이나 됐다. 소수의 주주가 배당을 결정하고 수억원씩 나눠 가졌다는 얘기다. 또 한 사람이 2, 3개 업체의 주주로 등재돼 여러 회사에서 동시에 배당금을 받은 경우도 있다.

재정 지원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버스회사들이 배당은커녕 대규모 적자를 냈을 것이다. 이런 마당에 소수의 주주들이 억대의 배당금을 챙긴 것은 지원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부산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등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자체들은 버스회사가 민간업체라는 이유로 관리·감독에 소극적이다. 한 예로 지원금 규모의 근거가 되는 표준운송원가(차량 유지비, 인건비, 보험료 등) 산정을 버스회사가 제출하는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서울의 경우 버스 1대당 하루 표준운송원가가 준공영제 도입 당시인 2004년 44만원에서 2014년 70만원을 넘었다. 서울연구원은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표준운송원가가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3%)만큼만 올랐다면 2014년 59만3천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버스회사들로 구성된 버스운송사업조합이 지원금을 받아 버스회사들에 배분하다 보니 지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지자체가 파악하기 어렵다. 현장에선 버스회사들이 표준운송원가를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서울시가 버스회사에 지급한 지원금은 2016년 2771억원에서 2018년 5402억원으로 2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지자체가 버스회사를 지원하는 것은 돈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다. 버스가 ‘시민의 발’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버스 파업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들이 준공영제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버스회사에 대한 지원금이 엉뚱한 데 쓰이지 않도록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지원금이 부당하게 사용됐을 때는 즉각 환수 조처하고 버스요금 원가 공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버스회사의 경영 투명성이 담보돼야 준공영제가 세금 낭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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