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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대통령 취임사 호통치며 뜯어고친 최순실…육성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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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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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 취임사 작성을 주도한 정황을 보여주는 녹음파일이 17일 공개됐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정호성 전 비서관이 함께 한 자리에서 공식 참모진이 써온 취임사 초안을 검토하며 핵심 문구와 단어 수정을 직접 지시했다.

시사저널은 이날 최씨가 박근혜 정부 국정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증거라며 90분 분량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비선 회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 전 서울 모처에서 정 전 비서관이 녹음한 파일이라고 시사저널은 전했다.

최씨는 이 파일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실무진이 준비한 취임사 초안을 읽으며 “팩트가 없다”, “내가 보기엔 하나도 써먹을 게 없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최씨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대한민국의 자긍심…. 그걸 뭐라고 할지 말을 만들고 워드로 좀 쳐보라”며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최씨는 “‘나는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를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IT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할 것이다’ 그건 어떠세요”라며 취임사에 들어갈 문장을 그대로 불러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옆에서 “그게 핵심이에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정 전 과장이 “일자리는…” 하고 얼버무리자 최씨는 “하, 그건 부수적인 거고”라며 말을 잘랐다. 취임사 초안 중 복지 정책 관련 내용을 두고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되냐”며 한숨을 쉬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말을 끊거나 사실상 지시를 하는 정황도 담겼다. 박 전 대통령이 “부국, 정국, 평국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 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 다음은 편안한 평”이라고 말하자 최씨는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 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상의를 좀 해보세요”라고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에게 말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예예예”하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호통도 쳤다. 취임사 내용을 정 전 비서관이 듣고만 있자 “좀 적어요”라며 짜증을 내거나 “빨리 써요, 정 과장님!”하고 큰소리를 냈다.

세 사람의 대화 육성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일부 공개된 적이 있다. 90분 분량의 녹음 파일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시사저널 단독입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90분 녹음파일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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