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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WHO까지 간 게임중독…"1년 넘게 일상 지장 땐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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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사 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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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보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최종 의결할 것으로 예고하면서다.

WHO는 “최소 12개월가량 게임 때문에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등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면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ICD-11이 확정되면 게임중독은 국제적으로 질병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청ㆍ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 논의, 전문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2022년 1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반영된다. 이를 앞두고 의료계에선 “만시지탄”이라며 반기고 있고, 게임 업계는 산업 위축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부처 간에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국 교수(WHO 행위중독 대응TF 한국위원)는 “전체 인구의 2%가량이 게임 중독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나 군대에 적응하지 못해 정신과를 찾는 20대 초반 환자 상당수가 청소년기 게임중독에 빠졌던 이들이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잃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WHO는 게임중독의 세 가지 핵심 패턴을 규정하는데 첫번째가 조절 불능이다. 게임을 한번 시작하면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두번째는 먹고 자는 것을 포함한 다른 모든 일상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게임으로 일상생활에 문제가 계속 생기는데도 게임을 그만두지 못하고 과도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패턴이 12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질병이라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 자체가 잘못됐다거나 게임 하는걸 나쁘다고 보는 것이 아니다”라며 “게임하는데 방해된다고 자기 아이를 때려죽인 아빠라든가, PC방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만 하다 숨지는 10대 등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현일 한국게임산업협회 홍보팀장은 “게임 중독은 알코올 중독처럼 혈중알코올농도처럼 명백히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됐기 때문에 치료방법이랄게 딱히 없다”라고 지적했다. 서 팀장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게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한 나라다. 셧다운제 등 규제로 ‘게임은 통제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제 게임이 정신질환까지 유발한다고 보게 되면 부정적인 인식이 완전히 자리 잡게 된다”라며 “산업적으로도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지난해 12월 셧다운제 시행 당시 게임업계의 피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번 WHO의 결정 이후 2023년 2조2064억원, 2024년 3조9467억, 2025년 5조2004억원의 위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연 13조원가량이다”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WHO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게임업계에선 산업 위축을 걱정하는데 오히려 이번 결정이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선 게임이 나쁜 것으로고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명확하게 게임사용장애를 규정하지 않다보니 ‘많이 하면 안된다’ 식으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게임을 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라고 말했다. 홍 과장은 “게임사용장애가 명확하게 규정되면 ‘나는 문제가 없구나’ ‘나는 일반 유저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게임 업계는 ‘게임 자체가 나쁘다’거나 ‘도박ㆍ마약처럼 절대 하면 안되는 것’으로 인식될까봐 걱정하는데 과도한 걱정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게임 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9일 국제질병 분류 11차 개정안에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것에 대해 WHO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은 게임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 부모의 양육 태도나 학업 스트레스, 교사와 또래의 지지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게임 이용이 문제라면 그보다 상위 개념인 인터넷 사용에 대한 문제부터 질병 분류를 검토해야 한다“며 ”명확한 근거 없이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분류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중독을 질병화하면 국민의 대표적인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스더ㆍ이승호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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