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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주 52시간은 좋지만 월급 30% 깎이는 건 어떻게…대책 요구하는 버스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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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민영제 뒤섞인 경기 버스기사들

주 52시간제로 임금 줄어 집 팔거나 퇴직

민영제는 7월부터 임금 30% 더 감소 예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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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차 버스 기사 은민식(51·가명)씨는 경기도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운전한다. 은씨가 운전하는 버스는 준공영제가 적용되는 노선이라, 하루 9시간씩(기본 8시간+연장 1시간) 1일2교대제로 한 주는 5일(주 45시간), 다른 한 주는 6일(주 54시간) 일한다. 지난 3월 그가 받은 월급은 354만원. 그나마도 하루 초과근무(22일 기본 근무에 3일 초과근무 가능)에, 노동절 수당까지 몇십만원이 더 붙어 나온 돈이다. 4대 보험금과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261만원이었다.

경기도 광역버스가 주 52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한 준공영제 실시 전인 지난해 4월 전까지는 이렇지 않았다. 한 달에 500만원 넘게, 실수령액으로는 400만원 넘게 받는 때도 많았다. 하루에 17시간씩 격일제(기본 8시간+연장 9시간)를 기본으로, 몸이 버티는 한 초과근무를 해 주 80시간 이상 일한 결과였다. 이렇게 오래 일한 그의 삶의 계획은 52시간제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준공영제 이후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은 이유다. 그 정도의 수입에 맞춰 장만한 아파트 대출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집을 줄였고, 대학생 자녀 둘의 학비를 감당하느라 전업주부였던 아내도 맞벌이에 뛰어들었다. 퇴직금으로 대출금을 갚으려고, 그만둔 동료가 한둘이 아니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은 감수한다 해도 같은 일을 하면서 겪는 임금격차는 감수하기 힘들다. 기본급(200만원) 자체는 이전보다 늘었지만, 예전 기본급(135만원)의 두 배에 이르던 연장·초과 수당(251만원)은, 준공영제 이후 5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은씨는 경기도 준공영제 월급도 1년 정도 지나면 서울만큼 오를 거라는 기대로 버텼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성남시와 고양시 등 14곳이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불참해 ‘반쪽’으로 출발한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역시 같은 이유로 임금이 서울보다 낮게 책정됐다.

같은 준공영제라도 지역별로 재정 여건 등이 달라 임금 격차는 크다. 1호봉을 기준으로 서울(377만원)이 가장 높고, 경기가 306만원, 인천은 278만원, 광주는 273만원으로 낮은 편이다. 정부는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곳은 근로 시간이 주 52시간 이내인데도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고 여론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은씨처럼 격주로 54시간을 일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주 52시간 일할 때 월 평균 노동시간이 226시간인데, 자동차노련은 이를 넘긴 업체의 비율이 74%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한다. 노조는 실제 노동시간과 임금 손실, 지역 격차의 해법을 요구하지만 정부의 답하지 않고 있다.

준공영제를 실시하지 않는 경기도 시내버스 기사들의 상황은 더 나쁘다. 이들 역시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격일제 연장·초과근로로 주 80시간 이상 일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주당 최대 근무시간이 68시간이 되면서 연장·초과 근로시간이 줄었다. 월급도 30%가량 줄어, 준공영제 수준과 비슷해졌다. 준공영제가 아닌 곳은 오는 7월부터 연장·초과 근로시간을 주당 14시간까지 줄여야 해 월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 자동차노련은 경기도 시내노선 기사의 월급이 80만~100만원 가량 줄 것으로 예상한다.

준공영제를 실시하지 않는 대부분 지역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경기 시내버스와 경남·북, 전북, 충북 등의 버스 노조는 임금협상이 6월초 시작될 예정이라 이번 파업 찬반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설령, 이번 파업이 현실화되지 않아도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내년부터는 300인 미만 버스업체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돼 이번 같은 일이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다. 경기도만 300인 미만 업체 43곳의 버스 운전사가 6300여명에 이른다.

버스 노동자 임금의 구조적 문제는 시민의 안전에도 여파를 끼친다. 경기도 기사들은, 고속도로 운행과 이층버스 운전 등으로 광역버스가 서울보다 노동 강도가 높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임금은 적으니, ‘젊고 일 잘 하는’ 사람은 서울로 옮기려 한다는 것이다. 18년차 경기도 버스기사 이동규(가명·58)씨는 “이전엔 마을버스 1년 정도 하면서 사고를 안 내면 시내버스, 그 다음은 광역버스를 맡겼는데, 그렇게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서울로 틈만 나면 옮겨가, 이직률이 30%는 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대로 가다간 운전이 다소 미숙한 사람만 남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 목숨을 책임지는 게 버스 운전인데, 아무도 그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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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노조는 정부가 보조금 관리법 시행령을 고쳐 중앙정부가 버스운송사업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교통시설특별회계법을 개정해 대중교통 환승비용도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하면서도, 중앙정부의 지원을 늘리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녹색교통운동, 사회공공연구원 등 14개 단체가 모인 ’공공교통 시민사회노동 네트워크’는 “국토교통부는 시내버스 사업자와 사업자단체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재정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며 “1990년대에 부족한 교통 인프라를 공급하려고 만든 교통시설특별회계는 이제 시민의 대중교통 활성화 재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공영제·준공영제를 확대하고 제대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대부분 지역에서) 민간회사가 버스를 소유하고 노선권을 판매하는 제도를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이냐. 민간회사는 잘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데, 세금으로 비용을 보전해주고 이익까지 보전해주는 지금의 제도를 지속할 순 없다”며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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