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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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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반대 촛불집회…고양시장 주민소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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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작년에 집값이 '미친 상승'을 했다고 할 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지역구인 일산서구가 어땠는 줄 알아요? 가뜩이나 쌌던 가격이 몇 천씩 뚝뚝 떨어졌어요. 이사 가고 싶어도 다른 데로 못 가요. 그런데 3기 신도시라니요. 더 이상 안 참습니다."

정부가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을 3기 신도시로 지정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지 사흘째를 맞은 9일 고양, 그중에서도 일산서구와 파주 일대 주민들에게는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됐다. 이들은 새벽 3~4시까지 카카오톡과 카페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화를 나누며 항의 집회 일정을 짜고 3기 신도시 철회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했다. 각 아파트 우편함에 3기 신도시 반대를 위한 의견서 양식을 넣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가 하면 이재준 고양시장을 '주민소환'을 통해 끌어내리자는 다소 과격한 실행계획까지 세웠다. '일산의 분노'다.

일산과 파주 운정 일대는 3기 신도시에 앞서 지정된 1·2기 신도시다. 문제는 이들 신도시는 지정된 지 길게는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교통이나 인프라스트럭처 측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산과 같은 시기에 지정됐던 분당과 비교하는 것은 '단골 메뉴'다. 같은 1기 신도시로 시작했지만 분당은 벤처붐을 일으킨 판교를 끼고 승승장구했으며, 분당선에 신분당선 개통이라는 교통 호재가 더해지면서 강남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그러나 고양시는 다른 지하철 노선에 비해 경쟁력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3호선 연장 '일산선'과 환승·배차시간이 긴 '경의중앙선'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는 버스와 자가운전 이동 비율 상승을 낳았고, 통일로와 자유로는 '교통지옥'이 돼 이동하는 데 불편을 겪어왔다. 분당 등과 달리 기업이나 정부기관 등 유치가 잘 되지 않아 집값은 계속 떨어졌다. 그나마 고양시에서도 대곡역 GTX 호재를 업고 인근 지역과 '갭 메우기'에 나선 덕양구만이 작년 한 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2.92%를 기록했고 일산동구(-1.96%), 일산서구(-2.75%), 파주(-3.41%)는 처참했다. 이번에 주민들이 이례적으로 강한 집단행동을 주장하고 나온 것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선고-대책을 요구합니다'에 대한 청원자 수는 이틀 만인 9일 1만명을 돌파했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청원으로는 많은 수치다. 연결된 청원인 '3기 신도시 정책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다들 말하고 있는데 왜 끝까지 밀어붙이십니까?'라는 청원도 4000명 넘는 지지를 얻었다.

3기 신도시 지정을 사실상 결정한 김 장관과 동조한 이 시장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일단 주민들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인용해 시장은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중 100분의 15 이상 서명이 있으면 선거관리위원회에 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시장을 주민소환투표에 부치자'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김 장관 블로그에는 수천 개 항의글을 남기면서 '다음 선거 때 보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온라인 행동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오프라인 집회에 나설 태세다. 12일 파주 운정신도시 내 운정행복센터 사거리 앞에서 반대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 다음주인 18일에는 고양 일산호수공원에서 집회가 또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집회를 위해 후원금을 내겠다는 문의도 속출하고 있다. 일산서구에 거주 중인 최 모씨는 "수십 년간 이 지역을 지켜오며 자부심을 갖고 살았는데 우리 자산이 바닥에 떨어지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후곡마을 주민 김 모씨는 "청원이든 집회 참가든 뭐든 하겠다. 필요하면 후원금도 내고 아파트 단지 내 홍보도 할 생각"이라면서 "지난번에 김 장관을 찍어줬는데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고까지 말했다.

분위기가 격앙되면서 욕설이 오가거나 개인정보가 공유되는 불상사도 일어나고 있다. 덕양구나 삼송 등 일부 지역은 3기 신도시 지정으로 교통망이 좋아져 후광 효과를 볼 것이라는 기대도 많다. 이곳 주민들이 3기 신도시 선정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언급하면 반감을 가진 주민들이 욕설로 대응하거나 채팅방에서 쫓아내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김 장관을 비롯해 고양시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지역구 국회의원·시의원 휴대폰 번호가 공유되며 항의 전화와 문자 독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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