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까지 파고든 채식버거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207] 지난해 10월 버거킹이 채식주의자를 위한 버거를 내놓자 맥도널드는 이를 조롱하듯 아침 세트 메뉴에 고기 성분이 강화된 새 제품을 노골적으로 선보였다.

그리고 불과 6개월 뒤 맥도날드는 다섯 번째로 많이 자사 제품이 팔리는 나라인 독일에서 채식 버거인 '빅 비건 TS(Big Vegan TS)' 판매를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맥도널드가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채식 버거의 인기 행렬에 탑승했다고 보도했다. 네슬레가 맥도널드에 채식 버거 패티를 만들어 제공한다.

2일 `비욘드미트` 관계자들이 뉴욕 나스닥 거래소에서 비욘드미트의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WSJ는 "소비자들이 더 건강하게 먹고 더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면서 식물 기반 단백질 트렌드가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며 "기존 베지 버거들은 맛이 없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새로운 채식 버거 패티는 훨씬 더 고기처럼 보이고, 맛도 고기와 같아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고기를 먹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거킹이 4월 초에 최초로 대표 메뉴인 와퍼를 채식 버거 형태로 출시한 이래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채식 버거 트렌드에 관심을 보이며 기존 메뉴에 채식 버거 메뉴를 추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버거킹은 지난주 고기를 쓰지 않은 식물성 고기로 만든 샌드위치를 미국에서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맥도널드도 천천히 채식 버거 메뉴들을 선보여왔다. 2년 전 맥도널드는 콩으로 만든 패티를 넣은 맥비건(McVegan) 버거를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선보였다. 맥도널드 소비자들은 더 많은 채식 버거를 메뉴에 추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맥도널드는 미국에서 채식 버거를 판매하는 것에는 여전히 신중을 기하고 있다. 맥도널드 측은 "시장이 스스로 소비자들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결정한다. 독일에서 빅 비건 TS를 출시한 것이 가장 최근 예시"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채식 버거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 푸즈'는 수많은 요식업체에 식물로 만든 단백질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임파서블 푸즈 패티를 사용해 '임파서블 와퍼(Impossible Whopper)'를 만들고 있는 버거킹은 "채식버거가 채식주의자들이 아니라 음식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원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욘드미트는 급성장을 거듭해 급기야 지난 2일에는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식물성 고기 제품을 만드는 비욘드미트는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25달러)보다 무려 40.75달러가 더 높은 65.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상승률은 163%로 공모가의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시가총액은 37억7600만달러(약 4조3900억원)를 기록했다.

식물성 고기 제품을 만드는 업체 `비욘드미트`가 만든 채식버거 `비욘드버거`

2009년 설립 이후 기존 소고기 패티와 맛과 생김새가 비슷한 식물성 고기 패티 '비욘드버거'를 만든 비욘드미트는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비욘드미트는 지난해 8790만달러 매출을 거뒀고, 299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돈 톰프슨 전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 등도 비욘드미트에 투자했다.

첫날 시가총액이 매출의 43배에 달한 비욘트미트에 대해 미 경제매체 CNBC방송은 "전통적인 식품기업의 기업가치는 통상 매출의 2배 안팎"이라며 "비욘드미트는 투자자들에게 식품기업이 아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제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