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주52시간 근무'發 버스대란 현실화 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국버스노조 파업 찬반투표

쟁의조정 결렬땐 15일 파업돌입

"주52시간땐 기사들 임금줄어"

노조, 임금보전·충원 등 요구

준공영제 확대·정부 지원 주장 등

해결책 쉽잖아 사태 장기화 우려

서울 등 전국 14개 노선버스 노조가 주52시간 근무제 실시에 따른 인력 충원과 임금 보전 등을 요구하며 오는 15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9일까지 찬반투표를 진행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버스 노조는 환승할인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결국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시민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고 ‘버스대란’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요금 인상, 준공영제 확대, 중앙정부 재원 마련 등의 해결책이 마땅찮아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은 8일부터 서울·부산·인천·경기 등 전국 지역 사업장 479곳 중 200여곳이 9일까지 이틀 동안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서 234개 사업장 노조가 사측과 교섭한 결과 진척이 없어 지난달 29일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최종 시한인 14일까지 조정이 타결되지 못하면 15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노련 관계자는 “대부분 사업장에서 찬성률이 90% 이상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경기자동차노조)의 경우 이날 오전부터 노조원 1,3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버스 준공영제에 참여한 14개 시·군을 경유하는 15개 버스 업체 소속 노조가 대상이다. 수원·성남·고양·화성 등의 업체 소속 광역버스는 파업 여부와 관계없이 정상운행한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준공영제에 참여하는 곳만 추리면 노선은 50개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4년부터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어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대비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버스 기사가 대거 참여하는 파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천 지역 노조의 경우 32개 사업장이 속해 있으며 10일 지노위 1차 조정을 거친 뒤 파업 찬반투표 실시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479곳 가운데 쟁의조정 신청을 내지 않은 245개 사업장 노조는 앞으로의 교섭 결과를 보고 추가로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아직 사측과의 단체협약 기간이 남아 있다.

자동차노련 측은 7월부터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버스 기사의 월급이 최대 100만원까지 줄어들기 때문에 임금 보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연말까지 전국에서 1만5,000명의 버스 기사가 추가로 필요하지만 실제 채용된 인력은 1,250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노련은 사측도 환승할인 등에 따른 손실 때문에 여력이 없는 만큼 지자체·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성수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정책부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을 함께 나눠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주52시간제에 따른 재원 확보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자동차노련은 교통시설특별회계법을 개정해 지자체에 대중교통 보조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지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서울시 등 지자체의 “대중교통 무임승차에 대한 보조금을 국비로 보전해달라”는 몇 년간의 요구조차도 기획재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도 “중앙정부가 보조금을 준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 역시 경기도가 서울시와 인천시에 버스요금 2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과 인천은 버스 회사의 적자를 재정으로 메우는 준공영제를 실시한 후 기사 2교대 근무 및 처우 개선에 효과를 봐 주52시간 근무제로부터 자유롭다. 특히 서울시는 당장 지난해 택시요금을 인상했는데 버스요금을 인상하면 도시철도 요금도 따라서 올릴 수밖에 없어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준공영제 확대도 어렵다. 경기도는 준공영제를 확대하는 대신 버스 회사에 경쟁을 붙여 노선을 할당하는 ‘노선입찰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버스 업체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준호·변재현기자 violator@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