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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단독]"수사권 조정, 흥정 대상 전락"···학계도 첫 반대 성명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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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이상원 서울대 교수, 이하 형소법학회)가 반대 의사를 담은 성명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학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반대 성명서 준비
중앙일보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놓고 여야의 극심한 대치로 인해 법안 접수처인 국회 의안과의 문이 심하게 부서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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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소법학회는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담은 성명서를 내기 위해 회원들을 상대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성명서 초안에 따르면 형소법학회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국회 논의의) 절차적 정당성이 보장되지 않았고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 행사에 반대하며 ▶(수사권 조정안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과 ▶수사권 남용에 대한 통제방안이 필요하다는 등 크게 네 가지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성명서 초안에 따르면 형소법학회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것과 관련해 "형사사법 제도는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라며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바탕에서 입법이 이뤄질 때 비로소 절차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아무런 연관성을 발견할 수 없는 두 분야의 특정 법안을 함께 묶어 패스트트랙으로 가져가는 것은 국가의 근간인 형사사법 제도를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 반대…기본권 위험 초래"
중앙일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발하며 해외 출장에서 조기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6일 대검찰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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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안에 담긴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행사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형소법학회는 "경찰의 불송치결정은 독자적 수사종결권으로서 통제받지 않은 권력으로 남용될 위험이 크다"며 "검찰이 비판받아 온 문제의 핵심도 이 점에 있다. (수사권 조정안은) 위험을 (검찰에서 경찰로) 단순히 이전하는 것이거나 더욱 키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수사권 조정의 목적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형소법학회는 수사권 조정안에 검찰개혁의 본질인 직접 수사 제한과 검찰의 중립성 확보 방안, 검찰권 남용에 대한 통제 방법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형소법학회는 성명서의 취지에 대해 "어느 일방을 편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하여 바람직한 형사사법 제도가 수립되기를 바라는 학자적 양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형소법학회는 구성원들의 내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임시총회를 열고 성명서를 공식 채택할 방침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속 대책 고심
중앙일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차에 오르고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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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이어 학계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면서 향후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금태섭·조응천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상태다.

앞서 해외출장을 취소하고 4일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대체 공휴일인 6일까지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향후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문 총장은 7일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국회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 및 국민 설득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총장이 귀국길에 "상세히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밝힌 만큼 추가 입장 표명이나 기자간담회 개최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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