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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빚에 눌린 서민들…올 1분기 개인회생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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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10% 증가한 2만3319건…파산신청도 늘어

감소 추세에 있었던 법원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올해 대폭 늘었다. 경기 불황과 이자 부담 증가가 겹치면서 서민들이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6일 법원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건수는 2만3319명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2만1191명) 대비 10%, 2017년 동기(2만756명)대비 12.3% 증가한 수치다.

1분기 회생신청 건 중 법원이 신청을 기각했거나 불인가한 건수를 제외하고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는 1만5691건이었다. 같은 기간 회생 가능성이 없다며 파산을 신청한 개인도 1만826명으로 전년 동기(9968명) 대비 8% 증가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이민경 디자이너



기각 또는 불인가 등을 제외하고 회생절차 개시까지 이어진 건수만 보면 개인회생 신청이 최근 10년 내 최대라는 것이 법원 설명이다. 개인회생 신청자의 변제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서울회생법원 업무지침이 올해 폐지됐음에도 신청 건수는 더 늘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정부의 대대적인 채무 탕감도 이뤄지고 있는데, 개인회생 신청이 증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결과"라며 "브로커 활동으로 허수 신청이 많았던 몇년간을 제외하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많은 신청 건수로 보인다"라고 했다.

개인회생은 개인이 일정기간 꾸준히 채무를 변제하면 나머지는 탕감받는 제도다. 무담보 채무 5억원, 담보 채무 10억원 이하인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며 이자는 전액 면제되고 채무의 95~97%까지 탕감받을 수 있다.

개인회생 신청은 2013~2015년에 갑자기 증가했다. 1분기만 보면 2013년 2만6180건, 2014년 2만5775건, 2015년 2만8510건 등이었다. 당시 개인회생 불법 브로커들이 활동하면서 일시적으로 신청 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1분기 신청건수가 가장 많았던 2015년의 경우 기각 1482건, 절차 개시 후 불인가 1695건 등 법원이 회생신청을 불허한 건수가 3177건에 달했다. 실제 회생절차가 개시된 건수는 1만6710건에 불과했다.

이후 법원은 2014년 9월부터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큰 개인회생 사건을 중점 관리했고, 브로커가 연루됐을 개연성이 큰 사건을 수사 의뢰했다. 각 법원이 시행하는 개인파산·회생 브로커 차단 대책 등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2016년부터는 신청 건수가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올해 다시 개인회생 신청이 급증한 것이다.

한 개인회생 전문 변호사는 "최근 몇년간 개인에 대한 채무탕감이 계속 진행됐는데, 올들어 개인회생·파산이 동시에 늘어난 것은 그만큼 한계상황으로 내몰린 서민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했다.

빚을 못 갚은 사람이 늘면서 신용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KB국민카드의 올 1분기 연체율은 1.32%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07%포인트 올랐고 우리카드는 1.52%로 0.1%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작년 1분기 1.72%에서 올해 1.96%로 올랐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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