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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中, 남태평양 사모아 군사거점화…경계감 고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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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중국이 남태평양 사모아에 새로운 항구건설 지원을 검토하고 있어 미국, 호주가 경계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3일 보도했다. 일본이 최대 출자국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이 5월 연차 총회를 태평양 피지에서도 개최하는 배경에도 태평양 제국(諸國)에 미치는 중국의 지원 공세가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사모아 수도 아피아 중심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가면 사모아 정부가 신항 건설을 검토 중인 바이어스만(灣)이 있다. 조용한 바다 옆에 맹그로브숲과 산호초가 퍼져있다. 신항 건설 필요성에 대해 사모아 공공사업·운수·인프라부 장관은 “아피아 항이 협소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피아항은 지난해 6월 일본 정부의 35억엔(약 350억원) 원조로 부두 길이가 기존 2배인 300m로 확장돼 대형 크루즈도 정박 가능하게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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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아


신항 건설과 관련해서는 사모아 정부 의뢰로 ADB가 2016년 항만정비계획을 만들었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피아항 개·보수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다치이리 마사유키(立入政之) ADB 아시아태평양지역 디렉터는 “(항만 이용 수입 등의 문제로) 신항 투자(금)를 회수하기 어렵다”고 신문에 말했다.

그런데도 사모아 정부는 “아피아항에서는 크루즈가 정박한 사이 화물선 (정박) 공간이 없다”(공공사업·운수·인프라부 장관)고 신항 건설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인구 20만명의 이 섬나라에는 건설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이 없다. 그래서 중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중국 정부가 이에 응해 사업가능성조사를 연내에 마칠 예정이라고 한다. 투일라에파 사일렐레 말리엘레가오이 사모아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연내 초청할 의향을 밝혔으며, 공공사업·운수·인프라부 장관은 “시 주석 방문시 신항 지원이 결정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피아에서는 7월 사모아가 주최하는 태평양 스포츠 대회의 경기장 건설이 진행 중이다. 종합체육관 건설 현장 앞에는 ‘중국원조’라고 쓰인 대형 간판이 서 있다. 사모아에서는 공항, 병원, 정부청사 등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 두드러지고 있고, 대외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의 융자로 항구를 건설했지만 융자금 반환이 어려워 중국기업이 운영권을 획득한 스리랑카처럼 중국 채무의 덫에 걸리는 것을 미국 등이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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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거점, 사모에도? 항만 건설을 지원’이라는 제목의 5월3일자 보도의 인터넷판.


중국이 채산성을 무시하고 남태평양 도서(島嶼)를 지원하는 것은 안전보장상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항구는 남미에서 식료(食料)나 광물자원 수입 선박의 기항지가 되고 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맬컴 데이비스 수석애널리스트는 “항구는 중국 군함도 기항이 가능하다. 태평양의 전략지도를 바꿔 미국과 호주에는 큰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하와이에서 호주 사이의 적도 이남에 있는 남태평양지역에 미군이 주둔하는 곳은 호주뿐이다. 사모아 바로 동쪽에는 미국령 사모아(아메리칸 사모아)가 있지만 미군 기지는 없다. 안보상의 공백 지대에 중국이 손을 뻗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견해가 있다.

남태평양에서는 지난해 4월 호주 신문이 “중국이 바누아투(호주·파푸아뉴기니 부근 섬나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협의를 시작했으며 중국 지원으로 건설된 부두가 후보지”라는 보도가 있었다. 양국 정부는 부인했지만 호주에서는 경계감이 확산했다.

ADB는 1∼5일 일정으로 피지에서 연차총회와 관련된 회합을 진행하고 있다. ADB는 사모아에서 아피아항 방파제이나 터미널 개·보수안을 제안해 연내에 사업화할 계획이다. 나카오 다케히코(中尾武彦) ADB 총재는 2일 회견에서 “태평양 도서국에는 과제와 함께 기회가 있다”라면서 중국 지원을 염두에 두고 “채무 문제를 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중국에 바짝 다가서는 태평양 도서국에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중국 지원 사례(원조액)>

▲파푸아뉴기니

△주립병원 = 1억6264만달러

△대학캠퍼스= 2535만달러

△국제전시장= 1851만달러

▲바누아투

△육상경기장과 스포츠복합시설= 960만달러

△국제회의장= 1461만달러

△총리부(府)= 960만달러

▲피지

△공립병원= 597만달러

△수도의 대형 다리= 595만달러

▲사모아

△국제공항 개보수= 1995만달러

△국립의료센터·보건부= 5996만달러

▲통가

△정부합동청사=1100만달러

자료=호주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조사, 아사히신문(5월3일자) 재인용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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