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유시민 "감출 것 감춰" 심재철 "진실왜곡 예능"…진술서 공방 2라운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달 20~22일 논쟁 이어 2일 유튜브·페이스북으로 다시 진실 공방
유시민 "진술서에 감출 것은 다 감췄고, 부인할 것은 다 부인했다"
심재철 "柳, 사적 대화까지 상세하게 진술…신군부 눈과 귀 밝혀줘"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작성한 진술서를 놓고 유 이사장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2일 유 이사장이 "진술서에 감출 것은 감췄고, 부인할 것은 다 부인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심 의원이 "다시 한 번 진실을 왜곡하는 예능의 재능을 발휘했다"고 반박한 것이다. 서울의 봄 당시 심 의원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유 이사장은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이었다.

조선일보

'1980 서울의 봄, 진술서를 말할레오' 영상에 출연 중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20일 유 이사장은 KBS 예능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2'에 출연해 "뜻밖의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 곳이 합수부"라며 "(진술서를 쓸 때) 누구를 붙잡는 데 필요한 정보와 우리 학생회가 아닌 다른 비밀 조직은 노출 안 시키면서 모든 일이 학생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썼다"고 했다. 장문의 진술서를 쓰면서 비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당시 서울대 '프락치 사건'에 연루돼 징역을 살았다.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 심 의원은 페이스북에 유 이사장이 당시 작성한 자필 진술서 내용을 공개하고 "스물한 살 재기 넘치는 청년의 90쪽 자필 진술서가 다른 민주화 인사 77명의 목을 겨누는 칼이 되었고, 이 중 3명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24인 피의자가 됐다"고 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 '김대중 일당'의 내란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조작한 사건이다. 유 이사장이 작성한 진술서가 심 의원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뜻이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의 진술서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2심 판결문에 증거로 적시됐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2일 유 이사장과 심 의원이 벌인 논쟁은 이 일에 대한 진실공방 '2라운드'라고 볼 수 있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 올린 '1980 서울의 봄, 진술서를 말할레오' 영상에서 "그 진술서를 보면 잘 썼다고 생각한다. 감출 것은 다 감췄고, 부인할 것은 다 부인했다"며 "(진술서를 쓴 이후) 500명 가까운 수배자 명단이 발표됐는데 비밀조직(서울대 농촌법학회) 구성원은 단 1명도 그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계엄사 합동수사부에서 쓴 진술서에 신계륜(당시 고려대 학생회장), 이해찬(당시 서울대 복학생협의회장) 등 (당국이) 다 아는 것만 썼다. 다른 내용도 비밀이 아닌 별 가치 없는 진술이었다"며 "김대중 총재의 조종을 받아 시위했다는 진술을 계속 요구받았지만 알지 못한다고 버텼다"고 했다.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 사회주의형 경제정책 실상'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자 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유 이사장은 진술서에서 총학생회장단이나 학생지도부 외에 복학생 등 여타 관련자와의 사적 대화까지 상세하게 진술해 수사 초기 신군부의 눈과 귀를 밝혀준 셈이 됐다"고 적었다. '감출 것을 감추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유 이사장의 진술 탓인지 1980년 6월 11일자 유시민 진술서에 언급된 77명 중 미체포자 18명이 6월 17일 지명수배됐고, 이 중 체포된 복학생 중 일부는 이해찬에 대한 공소사실의 중요 증거가 됐다"고 했다.

또 그는 "유 이사장은 '자신의 진술서는 심재철이 체포된 후에 7월 심재철 것을 가져와 강요해 쓴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내 유죄 핵심증거로 재판부에 제출된 유시민의 합수부 진술서는 내가 체포(1980년 6월 30일)되기 전인 6월 11일과 12일 작성됐다"고 했다. 유 이사장의 진술서가 자신이 체포되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유튜브 방송에서 유 이사장은 "심 의원이 본인의 진술서를 공개해봤으면 한다.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당시 군사법정에 제출된 심 의원의 자필 진술서와 진술조서, 법정 발언을 날짜순으로 다 공개해보면 제 진술서에 나온 내용이 누구 진술서에 제일 먼저 나왔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동의한다"며 "아울러 공판 속기록도 함께 공개돼야 한다. 유 이사장이 먼저 자신과 가까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피고인 유족이나 피고인들을 설득해 공판 속기록 공개 동의를 얻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유 이사장은 "심 의원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당시 형제처럼 가까웠다. 군대에서 첫 휴가를 받아 심 의원이 복무 중인 부대로 면회도 갔다"며 "심 의원도 이제 이 일에 그렇게 매달리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심 의원은 "대학 신입생 유시민의 손을 이끌고 학생운동 동아리로, 구로동 야학교사로, 농촌봉사 활동 현장으로, 그리고 학생운동 지도부까지 대학시절 내내 함께 했던 선배이자 동지였다"며 "유 이사장이 1980년 미완으로 남은 서울의 봄 민주화 운동의 시대적 책임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역사 앞에 좀더 겸허해지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김보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