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리비아 내전사태 한달…국제사회 분열에 해법 안갯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럼프, 동부군벌 지지에 상황 복잡…교전 장기화 양상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리비아 동부 군벌의 수도 트리폴리 진격으로 촉발된 내전 사태가 오는 4일(현지시간) 한 달을 맞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지난달 4일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에 트리폴리 진격을 지시한 뒤 유엔(UN)이 인정하는 리비아통합정부와 리비아국민군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양측의 충돌 과정에서 지난달 28일까지 345명이 숨지고 1천600여명이 부상했다.

포화를 피해 집을 떠난 피란민도 최소 4만2천명으로 파악됐다.

리비아가 다시 내전의 격랑에 휩싸인 것은 국제사회 분열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연합뉴스

수도 트리폴리 남쪽에서 하프타르의 리비아 국민군과 싸우는 통합정부군[AFP=연합뉴스]



국제사회가 하프타르 사령관의 공격을 비판하는데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클링겐달연구소의 자렐 연구원은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휴전조차 요구하지 못하며 마비돼 있기 때문에 하프타르가 대담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정부의 '변심'이 하프타르의 도발에 큰 변수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지난달 중순 영국 주도로 리비아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추진됐지만, 러시아와 미국이 지지하지 않으면서 채택이 불발됐다.

당시 러시아는 결의안에 하프타르 사령관을 비난하는 문구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미국은 사태를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하프타르 사령관을 사실상 지지하는 입장으로 드러났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하프타르 사령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대(對)테러전과 리비아의 석유자원 확보에서 하프타르 사령관의 역할을 인정했다.

미국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리비아 통합정부를 지지해왔는데 유전지대를 많이 장악한 하프타르 사령관에 힘을 실어주기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프랑스 역시 리비아 동부에 유전 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또 중동에서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가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지하는 국가로 꼽힌다.

이들 국가는 리비아 통합정부가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무슬림형제단이 주축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가 이끄는 통합정부는 유엔과 친무슬림형제단 성향의 터키, 카타르의 지지를 얻고 있다.

리비아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국 입장이 복잡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관망이 길어지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리비아[구글 캡처]



이에 따라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산발적 전투가 이어지면서 인명피해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리비아국민군은 수도 진격 초기와 달리 통합정부군과 트리폴리 주변 민병대의 저항에 고전하고 있다.

하프타르 사령관은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로이터는 하프타르 사령관이 최근 며칠간 리비아 국영석유회사(NOC) 간부 2명을 잇달아 만나는 등 NOC에 대한 영향력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비아국민군이 NOC에서 통합정부로 가는 자금을 차단하면서 석유 수출로 인한 이익을 많이 챙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앞서 NOC는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고 "에너지 기반시설의 군사화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NOC 예인선들에 대한 탈취 시도, 군함의 유류 터미널 사용 등의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noja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