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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트럼프·아베, 찰떡궁합 과시했지만…무역선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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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셋째)과 멜라니아 여사가 26일(현지시간) 미·일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둘째)와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맨 왼쪽)를 환영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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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6~27일(현지시간)에 걸친 1박2일 미국 워싱턴DC 방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밀월 관계'를 재확인했다. 정상회담은 물론 생일파티를 겸한 부부 동반 만찬에 골프 라운드까지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친분을 과시했다. 또 이란과 북한 문제 등 외교 현안에 대해 양국 정상이 한목소리를 내는 '찰떡궁합'을 보여줬다. 하지만 돈 문제만큼은 서로 주판알을 튀기며 냉정해졌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미·일 무역협상에선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창을 막아내면서 불협화음을 내는 장면도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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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방미 첫날 45분에 걸친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 회담에 이어 저녁엔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49번째 생일 만찬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해 함께 축하 노래를 불렀다. 멜라니아 여사는 일본 국기를 염두에 둔 듯 흰색 드레스에 빨간 구두를 신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흰색 셔츠에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27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포토맥 폴스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통산 4번째 골프 라운드도 함께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수뇌회담, 4인만의 저녁식사, 골프 등 트럼프 대통령과 10시간 이상 함께 보냈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라운드 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미국산) 군사장비를 살 수 있는 만큼 사기로 했다"며 "일본과의 무역관계는 매우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위스콘신주로 이동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랠리를 하면서 "아베 총리가 미국 내 자동차공장에 4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깜짝 공개했다.

양 정상은 전날 정상회담에선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로(0)'로 만드는 데도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최근 일본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국빈방문과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연속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것도 양국 밀월관계를 상징하는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친구 아베 총리의 초청에 감사한다"며 "우리는 스모 대회도 함께 보러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일왕 즉위 행사가 슈퍼볼과 비교하면 얼마나 크냐"고 물었고 아베 총리가 "100배는 크다"고 하자 "그렇다면 꼭 가겠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겉보기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일방적 '저자세 외교'로 보이지만 양국 간 최대 현안인 무역협상을 놓고는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도 일본 자동차 업체의 대미 추가 투자와 함께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를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공개 발언에서 "일본은 대미 투자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서 단연 1위"라며 "일본은 미국산 자동차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2.5%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총 230억달러를 투자해 4만300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숫자'를 나열하기도 했다.

미·일 간 새로운 무역협정 시한을 놓고도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에 일본을 방문할 때 새로운 양자 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고 압박성 발언을 내놨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찡그리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서 "5월 말 합의는 어렵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대통령선거 전까지 (무역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국이 5월 말에 무역협상을 타결 짓기엔 시간도 촉박하지만 아베 총리에게는 7월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농산물 관세 철폐 등에 응하면 농민표가 날아갈 수 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참의원선거 이후에 협상에 속도를 내서 유엔 총회가 열리는 9월 방미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일본 매체들은 일본 정부가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일본이 가장 경계했던 일본 자동차 수출량 규제와 환율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일본은 미국과의 새 무역협정 대상을 상품에 국한하겠다는 방침인데, 미국이 서비스까지 전방위로 확대해 결과적으로 농산물과 자동차에서 일본이 미국에 크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을 최악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일본 기업의 투자를 강조해 일본에 불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을 모면했다"면서도 "미국이 수출 규제와 환율 조항을 넣은 미국·멕시코·캐나다 새 협정(USMCA)을 모범 사례라고 언급한 만큼 향후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MAGA 랠리에서도 지지자들을 향해 "중국 일본 등은 우리를 '돼지저금통(piggy bank)'으로 취급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ABC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기술'을 알지는 모르지만 '아첨의 기술'은 아베 총리가 한 수 위"라면서도 "아베 총리가 친밀한 개인 관계 덕에 무엇을 얻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새 무역협정 문제 외에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 추락 사건 원인 규명을 비롯해 일본 내 미군 주둔비 부담 등에 대한 정상 간 의견 교환이 전혀 없었다"며 "난제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없으면 공허한 밀월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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