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사라진 테이프 배달, 떠오르는 드론 촬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며칠 전 한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간병인, 간호사 수요가 늘고, 반대로 웨딩 플래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 결혼 기피 현상'이 원인이란다. 직업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니 예측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가에도 시대 흐름에 따라 흥망성쇠를 겪는 직업이 있다.

과거 밤 9시 뉴스팀에서 일할 때였다. 방송이 거의 끝나갈 즈음이면 늘 모습을 드러내는 중년 여성이 있었는데, 그녀는 후(後) CM이 시작되면 무언가를 감싸안고 부리나케 뛰어 나가곤 했다. 이 수수께끼 같은 여성의 정체는 바로 '테이프 배달원'이었다. 방금 끝난 9시 뉴스 녹화 테이프를 해외 한인 방송국으로 송출하는 직원이었다. 오매불망 고국 소식을 기다릴 교민들을 위해 매일 밤 이 여성은 육상 선수 못지않게 달렸다. 하지만 디지털 제작이 보편화된 지금은 프로그램을 파일로 전송하면 되니 이 여성의 활약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이 시절엔 '방식 전환실' 기사들도 역할이 컸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프로그램 테이프 중에 우리나라에선 재생을 못 하는 것이 많았다. 가령 유럽의 PAL 방식은 NTSC 방식인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식이다. 또 BETA, VHS, REEL 등 테이프 종류도 각양각색이었다. 이를 우리 방송에 맞게 전환하는 사람이 '방식 전환 기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클릭 몇 번으로 간단하게 파일을 전환할 수 있으니 더 이상 이 '방식 전환실'도 존재할 이유를 잃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요즘 주목받는 직종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드론 촬영 기사다. 장소 불문, 시간 불문 멋진 그림을 촬영할 수 있는 드론은 이젠 방송사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이 때문에 촬영팀은 너도나도 드론 조종 기술을 익히느라 분투 중이다. 또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가상 현실이나, 1인 미디어 제작 기술 등도 이젠 방송계가 간과할 수 없는 기술이 된 지 오래다.

시대 흐름에 따라 뜨고 지는 직업이 있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시대 변화를 놓치지 않고 늘 기술을 따라가려는 노력이 이젠 방송인의 필수 덕목이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