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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여수, 진달래 군락 영취산에 송전탑 28개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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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수의 명산’ 영취산 자락인 여수산단 외곽 적량동 ‘망향의 탑’ 앞에서 최현범씨가 산 중턱에 들어설 28개 초고압 송전탑 공사 중지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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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절차 순서대로 밟았다”

한전, 연내 공사 강행 태세

“설명회 때 주민들 반대의견

토지 소유자들과 협의 없어”

주민대책위, 법적대응 준비

송전선로 지중화 전환 요구


25일 오전 전남 여수시 적량동 여수국가석유화학산업단지 외곽 도로 옆 ‘망향의 탑’. 바로 앞에 동서 방향으로 10여㎞에 걸쳐 영취산(해발 510m)이 자리하고 있다.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이자 ‘여수 제1 명산’으로 꼽히는 산이다.

1988년까지 이곳 적량동에 살다 산단이 확장되면서 여수시내로 이주한 최현범씨(68)가 탑 앞에서 가슴을 치면서 울먹였다. 최씨는 600여m 떨어진 선산을 바라보며 “올해 안에 한국전력이 영취산 중턱을 가로질러 60m 높이 34만5000V 초고압 송전탑 28개를 줄줄이 박는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면서 “공익사업이라는 명분으로 토지소유자들과 제대로 협의도 마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상황을 그냥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취산 자락인 적량·월내·중흥마을에 살다 외지로 나간 토지소유자 100여명과 함께 지난달 말 송전탑반대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려 대표를 맡았다.

최씨는 “토지소유자 대부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전 송전선로 사업을 승인한 지난해 말 이후에야 이런 대규모 공사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토지소유자들은 “2017년 10월 한전이 사업승인 신청에 앞서 주민설명회·사업계획 주민열람 등 관련 절차를 밟으면서 정작 토지소유자들과는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같은 방향으로 15만4000V 송전탑이 줄지어 서 있는데, 그 위쪽에 송전탑이 추가로 설치되면 영취산 북쪽 자락 전체가 쓸모없는 땅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송전탑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해마다 3월 말에 진달래 축제를 펼치는 진달래축제위원회도 “앞으로 축제를 멈춰야 하는 중대 사태가 발생했다”며 송전탑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취산은 산 남쪽과 북쪽 자락에 축구장 140개 면적의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오재환 축제위원회 위원장(51)은 “2년 전 한전이 산 남쪽 자락 상암동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 등을 열어 의견 청취를 할 때 반대 목소리가 많았으나, 결과적으론 한전 쪽에 찬성의견으로 접수돼 논란이 됐다”면서 “당시엔 어떤 시설인지 잘 몰랐던 인근 주민들도 고압선 유해성을 우려해 사업이 중단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토지소유자들이나 인근 거주 주민들은 송전선로를 지중화 사업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서석종씨(61)는 “선로를 산을 따라 묻으면 보상도 하지 않아도 되고, 영취산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산업부에 개인 재산권 침해와 건강권 위협 등을 들어 주민들과 함께 반대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관련 절차를 순서대로 밟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토지감정평가를 마치는 대로 보상하고 2021년 말까지 공사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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