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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구 노량진수산시장 5차 명도집행…또 극렬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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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집기 철거 수준에서 집행 마무리
한국일보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 주차장 부근에서 상인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명도집행인력과 뒤엉키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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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구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법원의 5차 명도집행에서 또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집행관들은 구 시장 시설 일부를 봉쇄하는 선에서 집행을 일단락하고 물러섰다.

서울중앙지법 집행관사무소가 이날 오전 9시쯤 시작한 명도집행에는 노무자 약 200명을 포함한 집행인력 250여 명과 수협 관계자 100여 명이 투입됐다. 구 시장 측에서는 상인들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1,000여 명이 가로막았다.

진입을 시도하는 집행인력과 이를 막으려는 구 시장 측 충돌은 명도집행 내내 계속됐다. 양측이 출입구에 뒤엉켜 서로 밀치는 과정에서 구 시장 상인들이 바닥에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수협 직원 2명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충돌이 반복되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배치된 경찰 9개 중대 350여 명이 중간에서 뜯어 말렸다.

구 시장 진입에 성공한 집행인력들은 활어보관장 집기들을 밖으로 옮기는 등 일부 시설을 봉쇄했지만, 수산시장의 핵심인 수산물 판매장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명도집행은 오후 2시쯤 종료됐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두고 수협과 구 시장 상인들은 3년 동안 갈등을 겪었다. 그간 다져진 적대감은 명도집행이 시작되기 전부터 수산시장 일대를 감쌌다. 구 시장 상인들은 오전 6시부터 진입로를 차량으로 막고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수협을 규탄했다. 수협 측은 진입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설치한 스피커로 “시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방송을 계속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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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구 노량진수산시장 주차장 부근에서 상인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명도집행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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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시장 상인들은 “물러나면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며 강경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문제가 생기면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폭력적인 방법으로 상인들을 겁박하고 우롱한다”며 “오늘 무너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고무 장화를 신거나 앞치마 차림으로 나온 구 시장 상인들은 팔짱을 끼고 수협과 집행관 측에 “용역 깡패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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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구 노량진수산시장 주차 타워에서 집행인력들이 걷어내려는 철제 울타리를 상인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붙잡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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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 명도집행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협은 이날 현장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난해 단전ㆍ단수 이후 최종적으로 신시장 입주기회를 부여했다. (이를 거부한) 일부 상인이 불법적인 영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협은 구 시장에 대한 명도소송에서 지난해 8월 승소했고, 구 시장 측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한 긴급구제신청이 기각된 점 등을 정당성의 근거로 들었다.

충돌이 계속될 것을 우려한 집행관들이 철수를 결정해 5차 명도집행은 종료됐지만 해묵은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구 시장 상인들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반면, 수협은 남은 구 시장 상인들과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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