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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김정은 '포스트하노이' 본격 시동…푸틴과 정상회담 돌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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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후 푸틴 첫 만남이자 8년만의 북·러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ㆍ양국간 경제협력 등 논의 전망
北, 러시아 우군 끌어들이며 대미압박 메시지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 핵심 역할 존재감 과시


아시아경제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 마련된 북러 정상회담장에 도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며 웃고 있다.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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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블라미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첫번째 북·러정상회담에 돌입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포스트하노이' 전략을 고심해왔던 김 위원장은 이번에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며 대미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마련된 회담장에 도착했다. 회담장은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서 다리로 연결된 루스키섬 극동연방대 스포츠동(S동) 건물에 마련됐다.


회담장에는 푸틴 대통령이 먼저 도착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40분정도 늦은 시각이었으나, 김 위원장은 더 늦게 왔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건물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양 정상은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누고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 받았다.


이후 두 정상은 환담장으로 이동해 모두 발언을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먼저 김 위원장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재추대된 사실을 언급하며 축하를 건넸다. 이어 "한반도에서의 정세를 해결하는데 우리는 좋은 해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또 "이번 위원장의 방문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고, 조선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북남대화를 지지하고 있으며, 북한은 현재 북·미관계를 개선시키는데 큰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노력을 매우 지지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북·러) 양자 관계에서 경제통상 관계 발전과 인적 교류 발전을 위해서도 우리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초청해주고, 매우 바쁜 데도 성의를 기울이고 깊은 관심, 모스크바로부터 수 천㎞ 떨어진 여기까지 와서 만나주신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인사를 건네며 화답했다.


그는 "전 세계 초점이 조선반도 문제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문제를 같이 평가하고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고 또 앞으로 공동으로 조정 연구해 나가는데 대해서 아주 의미 있는 대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오랜 친선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두 나라 관계를 보다 더 공고하고 건전하고 발전적으로 발전시키는데 그런 아주 유익한 만남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 역시 "양자 관계에서 경제통상 관계 발전과 인적 교류 발전을 위해서도 우리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처럼 양국 경제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모두발언을 끝내고 두 정상은 1시간 정도로 예정된 단독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에는 양측 수행원들이 참석하는 확대회담과 푸틴 대통령 주최 연회가 이어질 계획이다.


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 차원의 제재 완화 문제와 경제협력을 비롯한 북·러 관계 현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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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해 서 있다. <사진=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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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양측이 공개한 수행단 면면에서도 이러한 의도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 위원장의 러시아행 소식을 전하면서 김평해(인사 담당)ㆍ오수용(경제 담당)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영길 군 총참모장이 수행한다고 밝혔다.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 간의 회담 이후 8년 만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처음으로 전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특히 최 제1부상이 눈에 띈다. 대미협상팀 실무 책임자인 최 제1부상이 방러길에 따라나선 만큼 북한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에 자신들이 취한 비핵화 선제 조치 등을 거듭 강조하면서 '제재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여론 조성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크렘린궁도 23일(현지시간) 회담 의제와 관련, "핵심 관심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정치ㆍ외교적 해결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러시아 측에선 각 경제 부처 장차관 등이 총출동한다. 타스통신은 러시아 측 대표단이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 예브게니 디트리히 교통부 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개발부 장관, 올렉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 아나톨리 야노프스키 에너지부 차관으로 구성됐으며 유리 우샤코프 보좌관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회담에 참석한다고 전했다.


교통부 장관과 철도공사 사장, 에너지부 차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볼 때 북ㆍ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철도를 비롯한 교통수단 교류 등 경제 협력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역점을 두는 극동 지역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ㆍ러 양국이 관심을 보이는 남·북·러 3국 간 전력망·가스관 연결에도 북한의 협조가 필요하다. 과거 활발하게 추진했던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북한 철도를 연결하는 사업 등과 관련한 협력 논의도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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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월23일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옹하고 있다. 김 국방위원장의 아들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을 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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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23일 '아산플래넘2019'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북·러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외교관계를 재개한다는 점에서 이용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을 맞은 상황에서 '러시아'라는 우군이 있음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알렉서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도 "(이번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도 북쪽 국경에 동맹·우방이 있다'고 보여줌으로써 경제제재 완화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폴락 연구원은 "푸틴 입장에서는 한반도 문제에서 그동안 벗어나 있다가 프레임안으로 재편입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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