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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허리 통증엔 왕지네’…어르신들의 전통지식 2500건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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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이 전남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대상으로 집단 면담을 하며 전통지식을 수집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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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플 땐 왕지네를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좋지.” “배탈이나 설사가 났거나 코피가 나면 쑥즙을 마셔봐.”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인 고흥과 여수, 무등산ㆍ월출산 국립공원 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전한 전통지식이 국립생물자원관 자료로 등록된다.

25일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전남 지역의 생물자원 전통지식을 조사해 총 2,539건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사라져가는 전통지식을 보전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남 지역 조사는 2010년에 지리산국립공원 일부, 2017년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신안ㆍ진도ㆍ완도 지역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조사 지역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고흥과 여수, 무등산ㆍ월출산 국립공원 지역으로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이 지역 106곳의 마을에 거주하는 어르신 299명(평균 79.1세)을 대상으로 개별ㆍ집단 면담했다.

조사 결과 관속식물, 어류, 무척추동물에 속하는 340여종 생물자원이 전통지식과 관련돼 있었으며, 이들 생물자원이 약용ㆍ생활용ㆍ식용ㆍ어로용ㆍ제충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전남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활용한 생물자원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 발굴한 2,539건에 2010년 지리산국립공원과 2017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일부 지역에서 발굴한 3,017건을 더해 총 5,556건의 전통지식을 상대적 인용빈도 및 중요도, 문화적 중요도 및 가치 등 4가지 가치지수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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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 전통지식 관련 생물자원.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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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지수별로 상위에 드는 생물자원은 쑥, 느릅나무, 벼, 쇠무릎, 호박 등이었다. 이를 활용한 주요 사례로는 △배탈ㆍ설사나 복통 또는 코피가 날 때 쑥즙을 마시거나 쑥잎을 으깨 붙이기 △부스럼이나 종기에는 느릅나무 껍질을 붙이기 △두드러기에는 볏짚을 태운 연기를 쐬기 △허리나 무릎 관절이 아플 때에는 쇠무릎 뿌리를 달여 먹기 △아기를 낳고 몸이 부을 때는 호박을 먹기 등이 있다. 이밖에 오줌을 자주 싸면 가물치를 고아 먹였으며, 허리가 아플 때는 왕지네를 먹는 등 동물 자원에 대한 새로운 전통지식도 발굴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금까지 발굴된 전통지식 10만여건을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통합관리시스템(species.nibr.go.kr)’에 등록해 우리나라의 생물자원 전통지식을 관리하고 있다.

서흥원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활용부장은 “생물자원 전통지식은 산업적으로 잠재가치가 크다”면서 “전통지식을 갖고 있는 정보 제공자의 고령화로 점차 잊혀 가고 있기 때문에 국립공원 주변 지역 중심으로 생물자원 전통지식 조사를 2020년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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