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생생확대경]대통령이 기업氣 살리려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 대통령, 삼성전자 방문 추진…"'선투자 후방문'말고 '선방문 후투자유도'는 안되나"

노·사 모두 외면하는 산안법 시행령 개정 등 산업정책 재점검 필요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대통령은 기업이 투자해야만 현장에 가는 건가요?”

최근 만난 재계의 한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에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 방문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내놓은 반응이다.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 얘기는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나왔다. 기업인과의 대화 이후 이뤄진 일부 재계 총수와의 경내 산책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공장·연구소 방문을 요청했디.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이나 연구소를 짓는다면 언제든지 가죠”라고 답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라고 할 수 있다.

때마침 청와대는 비메모리반도체와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분야 산업을 3대 중점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2030년까지 비(非)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마치 대통령의 현장방문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 정부 고위관료가 기업현장을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관련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자 희망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인들에게는 사기진작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쇼는 없을 정도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대통령이 순수하게 기업인을 격려하고 사기를 북돋기 위해 현장을 먼저 찾을 수는 없었을까라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꼭 기업이 먼저 투자·고용확대 계획을 발표해야 현장을 찾아 격려하기보다 먼저 현장을 찾아 투자와 고용을 독려하고 이에 기업이 응답하는 모양새말이다.

기업경영에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힘들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업종도 상반기 어려움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까지 어려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기를 살려주는 정부의 노력은 요원하기만 하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 등 하위법령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사용자인 기업이나 적용대상인 노동자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계는 막대한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업중지명령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노동자의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위법행동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해야 기업은 예측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 막연하게 “노동자들 사고 나지 않게 관리 잘해라. 사고나면 강하게 제재하겠다”는 선언적 의미의 법령은 있으나마나한 것이다.

이외에도 법인세 인상 움직임, 원활한 가업승계를 저해하는 상속세법, 각종 규제 등 기업의 기를 살리기는 커녕 오히려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기업이 주(主)가 돼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TV 공개프로그램의 메인 MC역할이라면 대통령 이하 정부 관료는 메인MC가 활기찬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사전MC의 역할을 자처해야 할 때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