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작년 의사의 '입원 권유' 뿌리치더니… 조현병 앓는 10대, 위층 할머니 살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창원 아파트 복도서 흉기로 찔러

"할머니가 내 몸에 들어왔다" 등 경찰 조사서 앞뒤 안맞는 말 반복

조현병을 앓고 있는 10대 청소년이 같은 아파트 위층에 사는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해 경찰에 검거됐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4일 A(18)군을 살인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군은 이날 오전 9시 10분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 6층 복도에서 위층 할머니 B(75)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A군의 아버지에 따르면, A군은 지난해 10월 진주의 한 병원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범행 전날까지도 정신과 치료약을 먹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을 치료하던 의사가 입원을 권유했으나 A군이 강하게 거부해 입원 치료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고교 1학년 때인 2017년 학교를 자퇴했다. 교실에서 고함을 지르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후 주로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며 생활했다. 경찰은 "어떤 종류의 애니메이션을 봤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군은 이날 오전 8시쯤 흉기를 들고 위층 B씨 집을 찾아갔다. B씨가 '가라'고 내쫓자 자리를 떠났으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1시간 동안 아파트 승강기 옆에 숨어 있었다. 이어 외출을 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온 B씨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아파트 근처 미술관에서 피묻은 손을 씻고 집에 돌아왔다가 아버지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A군의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2017년부터 B씨와 층간 소음으로 다툼이 있었고 이날도 비슷한 내용으로 다툰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위층 할머니와 내 머리가 연결돼 있다" "할머니가 내 몸에 들어와 뼈를 깎는 고통이 느껴져 범행을 결심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많았지만 (숨진) 할머니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장소와 동선에 대해서는 사리에 맞게 진술했다.

최근 1년간 A군과 관련해 접수된 112 신고는 없었으나 지난 2017년 B씨와 갈등으로 인한 신고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등이 없는 경미한 사안에다 양측이 합의해 종결처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르면 25일 A군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창원=김주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