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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다음주 정부 육성 전략 발표 앞서 보따리 푼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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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투자 구걸·압박 ‘부정적 모양새’ 피하려 한 듯

삼성전자가 24일 시스템 반도체 투자계획을 선제적으로 발표한 것은 다음주 정부가 이 분야 육성 전략을 내놓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엔 주로 정부 발표 이후 기업 투자가 후속적으로 이뤄져 ‘투자 구걸’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순서가 바뀐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청와대나 정부 부처가 경제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기업이 투자로 화답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모종의 압박이 있는 것처럼 비쳤다”면서 “그런 부분을 우려해 삼성전자에서 먼저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오는 30일 정부가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대회’를 열 예정인데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도 참석한다”면서 “행사 당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면 다른 기업에서 ‘삼성 병풍 쳐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여러 기업이 동참하는 행사를 마련한 것은 삼성전자 독자적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사업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 등 신성장사업에는 대부분 시스템 반도체 기술이 탑재된다. 자율주행차 제작을 예로 들면 반도체 전문인 삼성전자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의 힘도 필요한 식이다. 대기업 간 협력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도 중요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은 팹리스라고 불리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업무를 중소기업에도 맡기는 콘셉트”라면서 “상생을 통해 글로벌 선도기업에 밀리지 않겠다는 ‘큰 그림’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계획 발표는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의 미국 출시 연기로 침체된 회사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상고심 선고가 임박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 재판과 이번 투자계획 발표를 연결짓는 목소리도 있지만 삼성전자는 두 건이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로서는 각종 경기지표 악화 속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삼성전자의 발표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발표는 환영할 만하고 계획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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