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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그림의 떡` 신혼부부 특별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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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늘도 난 `아파트투유` 청약공고문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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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87] 요즘 틈만 나면 하는 일이 있다. 부동산 기사를 검색하고 아파트 청약 정보를 확인하는 일이다. 자녀가 둘이 되다 보니 넓은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로 몇 억 벌었다는 지인들의 이야기에 조바심도 났다.

매일같이 청약 정보를 확인하고 청약을 했다. 최근 3년가량 스무 번 가까이 지원했지만 합격자 명단에 나는 없었다. 무주택 기간이 5년 남짓 되고 아이도 둘인데 늘 불합격이었다. 아이가 더 많거나, 노부모를 부양하거나, 외벌이어야만 합격이 가능한 구조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았다. 혹자는 '꿀팁'이라며 일시적으로 부부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둬 소득기준을 충족시키라고 했다. 여력이 되면 아이를 더 낳으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분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부가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공공분양과 일반 건설사가 공급하는 민간분양이다. '유리알 지갑'인 맞벌이 회사원 부부는 공공분양에 지원하기엔 소득기준을 초과해 자격 요건이 안되고, 민간분양에 지원하기엔 신혼부부라는 이유로 가점이 낮거나 분양가가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신혼부부를 위해 대대적으로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도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대단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 둘 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 회사에 취직했다. 부부가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들은 대부분 상황이 비슷하다. 공공분양은 지원자격이 안되고 민간분양은 가점이 낮거나 분양가가 턱없이 높아 청약을 포기한다. 전세를 전전하거나 여력이 되면 일반 부동산 시장에 나온 아파트를 산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동산, 금융 등 자산은 없는데 현 소득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금은 꼬박꼬박 내면서 소득이 많다는 이유로 공공분양의 수혜는 받지 못하고 모아놓은 자금이 부족해 민간분양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일례로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총자산 보유 기준은 약 2억5000만원, 소득 기준은 4인 가구의 경우 월평균 643만원 이하(월평균 소득의 110% 수준)다. 물려받은 자산은 있는데 당장 변변한 직장이 없거나 외벌이인 가정은 지원할 수 있지만, 열심히 공부해 대기업에 취직한 맞벌이 부부는 지원 자격이 안된다. 그마저도 대부분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 가정에 우선 공급하도록 돼 있어 자격 요건이 되더라도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돌아간다. LH, SH 등이 좋은 취지로 분양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포르셰, 벤츠 등 외제차가 많은 이유다.

보유 자산과 월소득 수입을 합쳐 3억원 정도로 기준을 잡으면 어떨까. 모아놓은, 혹은 물려받은 돈은 없는데 당장의 벌이가 많은 맞벌이 부부도, 자산은 있지만 변변찮은 직장에 다니는 외벌이 부부도 모두 충족시키는 기준이 아닐까. 오늘도 난 '아파트투유' 청약공고문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권한울 중소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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