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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美·印, 테러 수주전에 스리랑카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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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인지에도 정보당국 무시 / 극단주의 이슬람 조직 지목 / 사망자는 310명으로 늘어나

세계일보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스리랑카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나기 수주 전에 미국과 인도 정보 당국이 테러 가능성을 인지하고 스리랑카 정부에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리랑카 정부가 참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테러 배후로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강력히 떠오르고 있다. 이번 테러에 따른 사망자는 23일 310명으로 늘어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라지타 세나라트네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행정수도 콜롬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발생 14일 전에 우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보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세나라트네 대변인은 정부 당국이 이달 초 몇몇 용의자 명단을 받았다며 “4월9일 정보 당국 수장이 테러리스트 조직원들의 많은 이름이 적힌 서한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해당 메모는 스리랑카 현지 극단주의 이슬람조직 NTJ(내셔널 타우히드 자마트)가 성당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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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이날 미국과 인도 보안 당국이 지난 4일 ‘스리랑카에서 공격이 준비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했다’는 경고를 스리랑카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스리랑카 정보 당국은 “늘 있는 일”이라며 관련 경고를 무시하다 대비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미 아하메드 스리랑카 무슬림위원회 부위원장은 “NTJ 조직원 명단과 관련 세부 정보를 담은 모든 서류를 3년 전에 정보 당국에 전달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이를 뭉개버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테러 저지 움직임이 미흡했던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대법원 판사들이 주축이 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워싱턴 소재 사설정보업체 'SITE 정보그룹' 테러분석가 리타 카츠가 23일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와 관련해 "IS 연계 온라인 그룹이 IS 연계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스리랑카 특공대 형제들'이라고 주장하는 장면들을 유포했다"며 동영상 캡쳐로 보이는 사진들을 게재했다. 카츠 트위터 캡쳐


테러 배후에는 IS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역의 군소 극단주의 조직에 머물렀던 NTJ가 물밑에서 최근 급격하게 세력을 팽창한 것은 국제테러조직과 손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세나라트네는 “NTJ 같은 작은 조직이 이번 일을 모두 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NTJ에 대한 국제조직의 지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NTJ와 연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테러조직으로는 IS가 첫손에 꼽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동에서 밀려난 IS가 스리랑카 출신 조직원을 앞세워 NTJ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에 근거가 될 수 있는 사진이 이날 친IS 성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됐다. 사진에서는 NTJ의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3명이 IS의 깃발을 배경으로 성전을 다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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