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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아마존과 맞서는 `동네슈퍼`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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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38]

매일경제

월마트 /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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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뜨거운 아마존 vs 월마트 신경전

2017년 아마존이 프리미엄 식료품 체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을 137억달러에 인수할 당시, 아마존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라는 점과 더불어 연간 1조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미국 식료품 소매 시장마저 아마존에 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목받았다.

홀푸드를 인수한 아마존은 '약탈적 가격 정책(predatory pricing)'을 예상하던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대로 인수 후 10개월 여 만에 홀푸드 매장에 '아마존 프라임' 회원 할인을 전격 시행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측은 프라임 회원 할인 혜택 도입 이후 프라임 회원은 홀푸드에서 기존보다 1억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부터 소매 유통 분야 1인자 자리를 지켜오던 월마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387억9300만달러, 영업이익 60억6700만달러로 각각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 35.8% 늘어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월마트의 호실적에는 온라인 판매 비중이 전년 대비 43% 늘어났던 게 큰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이달 3일부터 홀푸드 전 매장에서 500개 제품에 대해 평균 20% 가격 할인에 들어갔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최상위 소매 유통 경쟁자들(당신도 누군지 안다!)이 우리 직원들이 받는 최저임금 15달러에 맞추거나, 더 낫게는 16달러로 올려서 우리에게 다시 도전장을 던져라. 이는 모두에게 이로운 경쟁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댄 바틀릿 월마트 대외협력 담당 수석 부사장은 "어이 거기 있는 소매 유통 경쟁사는(당신도 누군지 안다!) 내야 될 세금이나 내는 게 어때?"라고 트위터 계정에 쓰면서 지난해 아마존이 올린 112억달러 이익에 대해 단 한 푼의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뉴스 기사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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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물류센터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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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홀푸드와 싸우는 기술은?

전통 강호 월마트가 적어도 현재까진 아마존의 공격을 어느 정도 막아내고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최근 아밋 샤르마(Amit Sharma) Narvar 창업자 겸 CEO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디지털판에 기고한 글 '식료품점이 아마존에 맞서 그들의 것을 지켜내는 건 올바른 일이다(What the Grocery Stores Holding Their Own Against Amazon Are Doing Right)'를 통해 아마존에 맞설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구매 후 고객 경험 플랫폼 전문기업 Narvar를 세우기 이전에 애플과 월마트에서 임원을 역임했다.

그에 따르면 아마존 홀푸드가 크게 확장하고 있지만 전자상거래(e커머스) 공룡일지라도 확실한 승자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타깃 등은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새로운 배달 서비스를 도입해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을 줄였다. 이에 더해 6년 전 세워진 식료품 배달 플랫폼 인스타카트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나타나고 있다. 샤르마 CEO는 "인스타카트는 300개 이상 소매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76억달러 상당의 기업가치 평가와 충성도 높은 투자 지원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미국 식료품 산업을 둘러싼 전쟁은 시작됐고 아마존은 전장을 뒤흔들고 있다. 여전히 전통적인 식료품점은 온라인 주문, 풀필먼트(fulfillment), 배송 기술을 느리게 채택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 내 전체 온라인 주문 가운데 식료품 주문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를 소매가로 환산하면 비중은 10%로 올라간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2025년까지 식료품 구매 중 20%가 온라인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측한다.

샤르마 CEO는 인스타카트의 성공은 신선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식료품 업계 현황에 대해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대부분 소비자는 특정 매장이나 소매 유통(리테일) 체인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비자가 편리함, 선택권, 매장과 물리적 거리 등 측면에서 간편하게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사면서 고객 충성도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는 더욱 세련되고 까다로워지고 있고, 소매 유통 업체는 고객 기반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고취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소매 유통 업체는 주문 현황과 다른 세부 사항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들과 감정적 유대를 형성해야 한다.

◆싸움의 기술 ① 소비자 기준에 맞는 유연성

재구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유연성(Flexibility)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쇼핑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최근 Narvar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의 80%는 편리하고 유연한 배달 옵션을 제공하는 소매업체에서 재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단지 3%만이 그 같은 옵션이 재구매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소비자는 당일 배송이든지, 오프라인 매장이든지, 드라이브스루 픽업이든지, 학교나 사무실까지 배송해주든지 간에 언제 그리고 어떻게 그들이 식료품을 살지 선택하길 원한다. 식료품 매장은 제품을 고객이 어디에 있든지 전달할 수 있게 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

샤르마 CEO는 월마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월마트는 촘촘한 매장 네트워크를 서비스센터로 사용하면서 수천 명의 개인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육류와 농산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준다. Walmart.com 또는 Walmart Grocery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소비자는 현지 매장에서 무료 픽업시간을 예약하고 식료품을 차에 가져갈 수 있다. 지난해 월마트는 포스트메이츠, 도어대시, 우버 같은 회사들과 제휴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기존 6개 대도시에서 100곳으로 확장하는 등 라스트마일(last mile) 식료품 배송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그는 월마트의 투자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했다. 지난해 월마트는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을 따라잡았고 애널리스트의 예상을 초과한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Narvar 조사에서 아마존을 제외하면 월마트에서만 쇼핑한다고 답한 소비자가 경쟁 소매 업체에 비해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월마트 디지털 부문 매출은 43% 늘었다. 월마트의 성공에는 식료품 배송 및 픽업 서비스 성장과 자사 웹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광범위한 제품 선택이란 두 요소가 기여했다.

◆싸움의 기술 ②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은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간과되고 있다고 샤르마 CEO는 지적했다. 사람들이 24시간 내내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슬랙'에 익숙해지면서 브랜드도 항상 접근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고객들은 시의적절하고 정확하며 유용한 정보를 원한다. 일부는 프로모션 행사 정보가 들어간 메일을 선호할 수도 있고, 다른 고객은 문자메시지나 푸시 알림을 통한 업데이트를 원할 수도 있다. 식료품점은 고객에게 다양한 형식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정보를 받는 빈도나 방법을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브랜드의 고객을 향한 선제적인 소통 노력은 고객 충성도(로열티)란 배당금을 가져다 준다고 그는 말한다. Narvar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 중 81%는 주문 진행 현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소매 업체에서 재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구매자는 계속해서 구매 이후에도 순환고리에 머물기를 원하는데, 특히 제품에 무언가 잘못되면 회사에 연락할 수 있는 게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샤르마 CEO는 식료품점이 고객과 직접적인 소통 라인을 구축한 혁신적인 업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아마도 D2C(Direct to Consumer·DTC·소비자 직접 판매)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더티레몬'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더티레몬은 숯 같은 재료가 들어간 웰빙 음료를 판다. 특이하게 온라인 쇼핑몰 없이 문자 기반 주문 시스템을 활용한다. 전자상거래 하나 없이도 더티레몬은 2021년이면 매출액 1억달러를 올릴 전망이다.

더티레몬의 비결은 다음과 같다. 고객이 전화번호로 계정을 등록하면 문자메시지를 보내 주문할 수 있다. 우선 고객이 주문하면 더티레몬에서 발송 확인 문자를 보낸다. 그 이후 배송 현황을 같은 방식으로 업데이트해 보내준다. 또한 가끔 이모티콘을 함께 보내면서 브랜드와 어린층으로 편중된 오디언스를 위한 캐주얼한 라포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2015년 설립 이래 전체 주문 중 90%가 문자를 통해 처리됐다.

또 다른 사례이자 Narvar의 고객사인 Honey Baked Ham은 매년 주로 추수감사절 등 명절을 전후해 70만개 햄 제품을 운송한다. 이 회사는 모든 고객 여정에서 고객을 세심히 챙기는 사례다. 고객이 구매 결정을 내리면 일반적인 결제 확인 메일 대신 Honey Baked Ham 브랜드에서 직접 보낸 배송확인서를 받게 된다. 이 확인서에서 고객은 제품 권장 사항과 햄 저장 및 요리법이 포함된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볼 수 있다. 2017년 Honey Baked Ham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자 도입한 '지금 내 물건이 어디에 있나요?' 질문으로만 3개월간 200만달러 매출을 추가로 올릴 수 있었다.

◆싸움의 기술 ③ 브랜드와 고객 간 감정적 유대 관계

감정적인 유대는 고객 충성도의 또 다른 원동력이다. Navar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중 50%는 감정적인 유대가 있거나 그런 가치를 반영하는 브랜드에서 재구매할 가능성이 높았다. 좋은 소통과 유연함이 충성도에 토대가 된다면, 식료품 매장은 그들이 고객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편의점 체인 C Space의 2018년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는 자신이 존중받고, 이해받는 브랜드에서 반복적으로 추천 및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 연구는 또한 긍정적인 감정이 회사 성장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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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 조에서 판매 중인 케첩 매대에 손글씨로 제품 사용법이 적혀 있다. /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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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은 비단 실용적일 뿐 아니라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C Space 연구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트레이더 조'는 즐거운 쇼핑 분위기를 조성해 충성도를 고취시킨다. 2018년 Forrester가 실시한 287개 브랜드 설문조사에서 트레이더 조는 긍정적인 고객 경험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매장 단위면적당 판매량이 다른 식료품 매장을 능가한다. 트레이더 조의 팬들은 신제품 출시를 따라가고, 자신들의 동네에 매장 출점을 요청하며,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자체 커뮤니티를 만들 정도다.

트레이더 조는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고객이 실제로 상점을 방문하면서 원하는 개인적이고 즐거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트레이더 조의 모든 제품은 유연한 반품 정책, 무료 시식 코너, 기발한 제품 라벨, 빠른 계산 및 협조적인 직원을 포함해 식료품 쇼핑을 보다 친근하고 개인적이고 여유롭게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됐다. '크루 멤버'로 불리는 직원들도 행복감을 전해 준다.

트레이더 조는 2010년부터 글래스도어 '일하기 좋은 곳 베스트 100'에 5차례나 선정됐다. 고객과 이야기하고 직원들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추천함으로서 지역 커뮤니티 분위기를 조성했다. '친근함과 서비스'는 지난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식료품 브랜드 조사에서 트레이더 조가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한 항목이다.

식료품점은 더 이상 경쟁적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없는 포인트 기반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을 초월한 그 무엇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대부분 식료품 체인점은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구매자와 브랜드 간 감정적 유대감을 육성하는 일은 드물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가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8%가 이미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로열티 프로그램을 사실상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사람들이 무시해 버리는 구매 촉진 프로그램 대신 장기간 충성도를 구축하는 요인들에 투자함으로서 식료품 매장은 반복적인 재구매 고객과 브랜드 지지자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는 그들의 일과 관련된 브랜드에서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온라인과 대면 만남이라는 두 경로를 통해 어느 한 회사와 맺은 경험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궁극적으로 아마존이든 월마트든 사람들에게 유연성을 제공하고,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며, 감정적인 유대를 맺는 회사가 승자로 부상할 것이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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